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저금리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문제”라며 “(금리와 관련해) 전향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근본적 요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이뤄진 저금리 기조 때문이라는 판단인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13일 불을 지핀 금리 인상론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총리는 “2014년 당시 정부가 한국은행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춰 ‘빚내서 집 사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정부가 바뀐 뒤 금리정책을 놓고 고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고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채권시장이 이 발언에 영향을 받아 요동을 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이번에는 김현미 장관이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여러 의원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집값의 급상승을 유동성 과잉에 따른 문제로 보고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금리 인상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총재와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잇달아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펼칠 수 없으며 거시경제 전반에 걸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을 수도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더욱 곤혹스러운 점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보인 상황에서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로 결정하면 정부의 압박을 그대로 따랐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생겨버렸다는 점이다.
10월 금통위가 국정감사 기간인 18일에 열리는 만큼 국감에서 고용 부진과 투자 감소 등 악화된 경기지표를 근거로 정부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는 야당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교체 속에서도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이 총재 개인으로도 박근혜 정권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추고 문재인 정부에선 금리 인상 기조에 응하는 모양새가 되버리는 만큼 체면이 구겨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판단대로 금리정책을 펼치겠다는 기존의 뜻을 다시 한번 강하게 내비쳤다.
이 총재는 4일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 만큼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 규제 완화 등 투자에 우호적 환경을 마련하고 투자심리를 높여 지속 성장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금융 불균형에 따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경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태도로 한국은행이 모든 것을 고민하고 판단하고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