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마련한 암보험 약관 개선방안을 놓고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은 한국소비자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생명·손해보험협회, 6개 보험회사 등과 꾸린 ‘암보험 약관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마련하고 27일 발표했다.
개선안은 암의 ‘직접 치료’를 정의하고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기존의 암 보험금에서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과 요양병원 증가 등으로 암의 치료 방식이 다양해져 ‘암의 직접 치료’의 해석을 놓고 소비자와 보험회사의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금감원은 암 입원보험금과 관련한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계와 소비자단체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감원의 개선안이 오히려 기존에 보장 받던 암보험의 보장 범위를 더욱 좁혔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개선안에 따르면 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치료와 세 가지를 병합한 복합 치료 및 연명의료결정법에 해당하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에 포함된다.
면역력 강화 치료, 후유증이나 합볍증 치료 및 식이요법·명상요법 등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는 제외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면역력 강화, 후유증이나 합병증 치료를 명시적으로 암의 직접 치료에서 제외한 것은 보험사에 유리한 것”이라며 “이미 기존 암보험으로 보상을 받고 있는 요양병원 암 입원 치료비도 기존 암보험에서 분리하게 되면 별도의 보험금을 내야하는 특약 사항이 되버려 소비자에 불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20일 발표한 ‘보험산업 감독혁신 테스크포스’의 인적 구성을 놓고도 일각에서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보험산업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립성 확보를 위해 8명의 위원 전원을 외부 인사로 구성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4명이 보험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았거나 현재 맡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장인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현재 라이나생명 사외이사로 알리안츠생명, LIG생명보헙의 사회이사를 맡았었다. 알리안츠생명과 LIG손해보험은 현재 ABL생명, KB손해보험이다.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KDB생명, AXA손해보험, 김범 숭실대 교수는 알리안츠생명의 사외이사를 맡았었다.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 메트라이프생명의 사외이사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았거나 맡고 있다고 무조건 보험회사에 유리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면서도 “대다수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사외이사가 회사로부터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는 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스크포스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보험정책마다 불거지는 논란에 고심이 깊을 듯하다. 특히 소비자단체에서 나온 비판은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보험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원장에게 무척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거부 한 뒤 보험사 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즉시연금 관련 언급을 피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소멸시효 구제 신청을 받고 종합검사를 부활하는 등 보험 혁신 행보에는 거침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