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D램에 거의 모든 영업이익을 의존하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오랫동안 힘써왔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경쟁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굳건하고 기술장벽도 높아 SK하이닉스가 후발주자로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분야로 꼽혔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점도 다른 반도체기업을 추격하기 쉽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앞선 기업들을 따라잡을 강력한 기반을 확보했다. 모두 15조 원 넘게 투자된 M15 반도체공장이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10월 초 충북 청주의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을 연 뒤 연내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준공식 준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가 2016년 착공한 M15공장은 건물 신축과 반도체 장비 등 설비 투자를 포함해 모두 15조 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공장이다. 완공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반 년 정도 앞당겨졌다.
M15공장은 처음부터 SK하이닉스의 3D낸드 생산 확대를 목표로 지어진 만큼 72단과 96단 3D낸드 공정을 적용하는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력에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상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4~5위권에 그치고 있다.
박 부회장이 무리하게 낸드플래시 생산을 확대하는 것보다 경쟁사에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투자 확대를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수년 전부터 낸드플래시 연구개발에 주력한 성과로 올해 초 세계에서 가장 앞선 72단 3D낸드 공정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개발 성과는 아직까지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3D낸드 반도체의 생산 규모가 작아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플래시 출하량 가운데 3D낸드의 비중은 8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은 약 75%, 미국 마이크론은 90% 정도를 3D낸드 공정 기반으로 양산하고 있다.
3D낸드 공정은 낸드플래시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SK하이닉스의 3D낸드 생산 비중은 아직 60% 수준에 그쳐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
M15공장이 계획대로 가동을 시작하면 SK하이닉스는 이런 약점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
박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M15공장 가동은) 연말로 예정돼 있었지만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M15공장을 통한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폭넓은 고객사 기반을 모두 갖추고 있다. 본격적으로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 단기간에 점유율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M15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7월에 이천 M16공장 증설 계획을 추가로 발표한 점도 생산시설 확충을 통한 반도체사업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속성장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대응을 위해 꾸준한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생산시설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