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에서 남한 래퍼를 초청한 것은 그동안 배격해왔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시도로 분석됐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7일 JTBC 썰전에서 “지코가 랩을 하는데 한 북한 인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래를 어떻게 저렇게 하나’라고 푸념을 하더라”며 “그래서 나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 평양 정상회담에 참석한 가수 지코. <지코 인스타그램> |
현정화 탁구 감독도 인터뷰에서 “(지코 공연을 본) 북한 쪽 사람들은 좀 약간 멍한 그런 느낌을 좀 받았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가수 지코, 에일리, 알리, 김형석 작곡가, 최현우 마술사 등이 참여해 공연을 선보였다.
가수 지코씨는 회담 첫날 만찬에서 '아티스트' 곡을 불렀다.
그동안 북한에서 래퍼들의 공연은 자본주의를 대표해 단속해야 될 것으로 인식됐다.
주승현 인천대 교수는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의 안 좋은 모습을 보일 때 배경화면으로 랩을 내보내 왔다”며 “이런 노래는 굉장히 안 좋은 음악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북한에는 랩 문화가 없으며 지코가 랩을 선보이면 북한에서는 굉장히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가수 지코 등을 초청한 것이 그동안 배격해 온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의미라고 분석됐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측에서 세계적 추세로 음악 흐름을 조금씩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며 “북쪽의 젊은 세대가 앞으로 유학, 무역 등 세계 속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문화를 접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에 면역을 높이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가수 알리씨는 만찬에서 ‘365일’, 백두산 천지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가수 에일리씨는 드라마 도깨비 OST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불렀다.
현정화 감독은 “(가수 알리씨가) 노래하는 데 호응이 좋았다”며 “예술단원 몇 분과 수행원들이 알리씨를 알고 있어서 아주 친근하게 인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공연 외에도 최현우 마술사가 마술을 선보였다.
최현우 마술사는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텔레파시로 숫자를 맞추는 마술과 카드가 한반도기로 변하는 마술을 선보였다.
최현우 마술사는 “북한에서는 귀빈을 대접하는 관례가 대표 마술사의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번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 대표 마술사가 카드마술을 선보여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답방 형식으로 제가 마술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준비한 집단 체조도 정치 색깔이 빠지고 정상 국가를 향한 의미를 담았다고 분석됐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집단 체조극은 북한이 정상적 선진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집단 체조극에) 대포 쏘고 전차가 가고 전투장면이 나오는데 싹 사라졌다”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자, 과학강국을 만들자는 뜻에서 과학 인재화를 의미하는 표현이 많았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공식 수행원 외에 특별 수행원으로 문화계 인사들도 동행했다. 가수 지코, 에일리, 알리, 최현우 마술사, 김형석 작곡가가 함께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