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자회사로 삼게 되면 사업 다각화는 물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분리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투자금 회수를 결정하면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보유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말에 한앤컴퍼니의 자회사인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와 손잡고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현재 한앤코오토홀딩스와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각각 50.5%, 19.49% 보유한 최대주주와 2대주주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인수에 참여할 때 한앤컴퍼니와 주주 사이 계약을 체결해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팔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한온시스템이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향후 한온시스템 주주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20일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인 마그나인터내셔널에게서 유압제어사업부 전부를 1조3813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에서 흔치 않은 초대형 인수합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계기로 한온시스템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최소 20% 이상 오를 것으로 분석한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할 당시보다 한온시스템 주가가 20%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에 나설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한국타이어로서는 한앤컴퍼니의 투자금 회수 여부에 따라 한온시스템을 자회사로 삼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타이어가 과거 한온시스템에 투자를 결정할 때 자동차부품사업에서 일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던 만큼 지분의 추가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2013년 매출 7조 원을 넘었지만 이후 최근 4년 동안에는 매출이 6조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한온시스템의 연간 매출이 5조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의 외형성장에 한온시스템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속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한앤컴퍼니가 투자금 회수 결정을 내리면 논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부터 한온시스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기 이전에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한온시스템 기타비상무이사를 3년가량 맡았다.
한국타이어그룹의 계열분리 관점에서도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1980년 효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효성그룹 창업주인 조홍제 명예회장은 당시 효성의 알짜사업을 첫째 아들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모두 물려주고 한국타이어를 둘째 아들인 조양래 회장에게 물려줬다.
사실상 장자 승계의 원칙이 강하게 지켜진 것인데 이런 오너일가의 이력을 놓고 볼 때 한국타이어그룹도 계열분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조양래 회장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물려주기 위해서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물려줄 다른 사업이 필요한데 이를 고려할 때 비타이어사업을 하는 한온시스템을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승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한앤컴퍼니가 지분 매각을 결정할 때 논의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인수합병 트렌드는 공동 지분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 체결 등으로 형태가 다양화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는 지분 추가 취득을 통해 한온시스템을 연결자회사로 전환할 수 있지만 2대주주로 남을 수도 있고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한온시스템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어떠한 선택도 한국타이어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