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수익성 개선과 비용절감을 목표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김 행장은 지난해 크게 악화한 실적을 개선하고 하나은행과 통합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부 긴장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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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조 외환은행장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올해 안에 전체 고객을 1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행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급여 2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임원들도 급여 10%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김 행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은 지난해 외환은행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65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총자산 규모에서 3배나 적은 부산은행의 순이익 3552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추진해 온 통합협상 논의가 법원의 가처분결정으로 잠정중단된 것도 이번 비상경영체제 선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두 은행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강력한 비용절감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부에서 외환은행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1월 59명의 특별퇴직을 받은 것 외에 별다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외환은행은 현재 책임자급 직원이 일반 은행원보다 많은 ‘항아리형' 구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일반 은행원이 전체 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8%다. 반면 입사 8~20년차인 책임자급 직원은 56.7%를 차지했다. 부장과 지점장 등 관리자급 직원도 16.5%나 됐다.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시절부터 항아리형 조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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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론스타는 당시 신입행원 채용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의 승진과 인센티브를 늘려 잇따른 인수와 매각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관리자급 평균 연봉이 1억2900만 원으로 하나은행의 1억1500만 원보다 1400만 원이 더 많다. 책임자급과 행원급도 평균연봉으로 각각 9500만 원과 6200만 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8400만 원과 5400만 원보다 훨씬 높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외환은행이 론스타 시절 인건비를 높인 것이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외환은행에 실력있는 직원들이 많으나 실적은 하나은행의 절반 수준”이라며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경우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실적악화의 책임이 김 회장에 있다고 주장한다.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된 뒤 김 회장이 외환카드 분리와 무리한 통합작업 시도로 경영실패를 거듭해 실적이 떨어졌다”며 “김 회장의 경영실패와 외환은행 영업방해 등에 대해 철저한 해명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