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작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신 회장이 부재한 데다 호텔롯데의 재무 건전성까지 흔들리면서 호텔롯데 상장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시점이 불투명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언제 상장될지 알 수 없다”며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롯데 주주들과 긴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지만 현재 신 회장의 부재로 호텔롯데 상장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데 이런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완성을 위해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이 하나의 선택지”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롯데지주가 호텔롯데를 흡수합병하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롯데지주 영향력이 커지므로 먼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통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율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 97.2%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공식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지만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영향력이 큰 호텔롯데가 사실상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다.
호텔롯데를 향한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업공개를 통해 외부 지분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시장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호텔롯데는 2017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844억 원을 냈다. 해마다 면세점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으로 분석됐다.
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호텔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4조7천억 원 수준이 됐다. 2014년 1조 원 정도에서 가파르게 늘었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550억 원을 내며 지난해보다 20배 가까이 늘었지만 국내 면세점사업 실적을 떠받치는 중국인 관광객이 여전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따른 중국 정부 규제로 과거만큼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