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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수첩 속 인물 바닥 드러났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2-16 16: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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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수첩 속 인물 바닥 드러났나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인사 수렁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견 정치인 이완구 후보자를 내세우고도 오히려 역풍을 맞으면서 지지율이 휘청했다.

박 대통령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인 이 후보자를 지키려다 피해가 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앞두고 있는데 수첩 속 인재군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세 주중대사를 불러들인 자리에 이례적으로 군인 출신인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박 대통령이 앞으로 3년이나 남은 임기 동안 인사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벼랑 끝에서 국무총리 임명

16일 국회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박 대통령은 세 번 연속 총리 후보자 낙마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쉽지 않았다. 처음 이 후보자를 지명할 때만 해도 여당 원내대표로 야당과 신뢰관계를 쌓은 만큼 국회 청문회를 쉽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외압,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최악의 총리 후보자라는 오명까지 듣게 됐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이완구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처리를 놓고 “총리 임명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민의 뜻”이라며 “이를 거스르는 불통인사를 고집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빗발치면서 청와대의 부실 인사검증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해 기본적 인사검증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은 세금과 병무청, 건강보험공단 등에 확인한 결과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한 자료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인준과정이 무난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사전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세월호 정국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청와대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각각 전관예우와 친일사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물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과반인 50%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 총리를 유임시키며 인적쇄신을 포기했다.

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반전의 카드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유출과 증세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40%선 아래로 주저앉자 인적쇄신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실패를 계기로 절치부심해 ‘필승카드’인 정치인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역대 국회의원 출신 총리가 낙마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 지명은 인사실패가 더 있으면 안 된다는 박 대통령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총리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지난달 말 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0%대까지 추락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이완구 카드를 거둬들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당면한 국정과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총리 인준안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처리되기 바란다”며 국회에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이제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

  박근혜, 수첩 속 인물 바닥 드러났나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인사 돌려막기로 남은 3년 버틸 수 있을까

이번 총리 임명과정을 통해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제 더 이상 청와대가 쓸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취임 2년 만에 박 대통령 수첩 속 인물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권영세 주중대사 후임으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김 전 실장은 군인 출신인 데다 중국과 외교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도 안보실장에서 물러난지 9개월 만에 주중대사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 대사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권 대사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역임한 친박실세로 꼽힌다. 권 대사는 NLL관련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당사자라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권 대사가 비서실장 후보로 거명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야당은 문제인사 돌려막기라며 청와대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 경질된 사람과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여한 사람이 중용되는 것은 문제인사를 돌려막는 불통인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돌려막기식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고 이병기 주일대사가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됐다. 또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자연히 박 대통령의 인사수첩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제 청와대 개편과 개각에 눈길이 쏠린다. 청와대는 이미 인사개편안을 확정하고 설 전후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지 아니면 기존 인물들의 돌려막기 인사가 또 다시 이뤄질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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