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이 영공을 개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북한이 영공을 개방하면 항공사들은 북한 영공과 러시아 캄차카반도를 지나는 러시아 극동항로(B467)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도 북한 영공을 활용하지 못해 한·중 항로에 몰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 노선 역시 혜택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북한 영공 개방을 바라고 있는 이유다.
특히 대한항공은 북한 영공 개방으로 가장 크게 수혜를 볼 곳으로 여겨진다.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 노선 강화 전략을 펴고 있는데 북한 영공이 개방되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노선과 러시아 노선의 효율이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영공 개방으로 영향을 받는 노선은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벤쿠버, 텍사스 등 미국 서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오는 노선, 인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복하는 노선, 인천에서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는 노선의 3종류다.
한국과 미국 사이를 비행할 때 지나게 되는 중위도 구간의 태평양 북반구에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제트기류’가 흐른다.
제트기류는 대류권의 상부, 성층권의 하부 영역에 좁고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을 말한다. ‘공기의 강’으로도 불린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모두 제트기류를 타고 비행한다. 문제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비행할 때는 제트기류를 거슬러 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노선, 같은 항공기로 비행하더라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비행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반대 방향으로 비행할 때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한항공 A380-800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으로 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1시간, 같은 비행기를 타고 반대로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시간 50분이다.
북한 영공이 개방되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비행할 때 제트기류를 피해 북태평양 항로가 아닌 러시아 극동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동부 노선 역시 이 항로를 이용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북한 영공의 개방으로 절약되는 시간은 미국 노선 30분, 러시아 노선 1시간 정도다. 비행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유류비 부담 역시 낮아진다.
대한항공은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점유율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가 운항할 수 없는 장거리 노선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도 설립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4월에는 18년 만에 인천~보스턴 노선을 재취항 할 계획을 세웠다. 델타항공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인천~미네아폴리스 노선을 새로 만든다.
이 두 노선이 만들어지면 두 항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과 미국을 잇는 직항 노선은 15개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은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 노선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7월에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와 공동운항 노선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에로플로트와 공동운항 노선을 확대하면서 대한항공은 인천과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노선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북한 영공이 개방되면 1년 동안 대한항공 항공편에서 절감되는 비행시간은 2100시간이며 940만 달러(105억 원)의 운항 비용도 절약된다”며 “현재 대한항공이 미국 노선을 중심으로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효과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민항기는 1998년 4월부터 북한 영공을 비행해왔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2010년 5월24일 민항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한 뒤 우리나라 항공사는 북한 영공을 우회해 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