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장이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를 겨냥해 ‘소비자 보호 원칙’을 굳건히 하면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설명이 상세했던 KDB생명에도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만기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매월 연금액에서 떼어내는 구조는 세 회사의 유형이 동일하지만 KDB생명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보다 약관에서 연금액 계산방식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KDB생명은 즉시연금상품 약관에 “연금계약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 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을 연금 지급 기간 지급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안에서도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던 삼성생명 및 한화생명 사례와는 달리 KDB생명에는 다른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KDB생명의 약관도 '허술했다'고 최종 판단하면서 KDB생명과 비슷한 유형의 약관을 제시한 하나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즉시연금 약관은 크게 삼성생명 유형과 한화생명 유형, KDB생명 유형, NH농협생명 유형으로 분류되는 데 금감원이 사실상 NH농협생명을 제외한 대부분 생명보험사의 약관을 문제 삼은 셈이다.
NH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고 명시해 유일하게 금감원의 칼끝에서 벗어났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가 금감원의 뜻과 달리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겠다고 맞받아친 상황에서 금감원도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소비자 보호 원칙’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금감원으로부터 지급 권고를 공식 통보받은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KDB생명이 앞서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한 한화생명보다 약관 설명이 더 구체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DB생명 역시 금감원 권고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KDB생명이 고객들에게 미지급한 연금액 규모는 250억 원가량으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02억 원, 744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낸 KDB생명이 받는 재무적 부담도 상당하다.
즉시연금을 둘러싼 다툼은 이제 법적 소송이라는 형태로 바뀌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해당 민원인이 소송 지원을 신청하면 소송비용과 자료 제공 등을 돕기로 하면서 금감원의 ‘대리전’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10월에 즉시연금 과소 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등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가 추가 지급을 권고한 것과 비슷한 유형 210건을 추려 소송을 내기로 하면서 금감원의 소송 지원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분쟁 조정 세칙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은 분쟁조정위원회가 신청인 청구를 인용했거나 인용할 것이 명백할 때 신청인을 위한 소송 지원을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으로부터 피소된 민원인과 금융소비자연맹 모두 아직 공식적 요청은 없는 상황”이라며 “요청이 들어오면 관련 법규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