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성신양회 사장이 한라엔컴 지분 투자를 통해 레미콘사업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사장은 국내 시멘트업계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레미콘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6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페레그린 와이제이에이 제1호 유한회사는 5일 한라엔컴의 지분 85%를 556억 원에 사들이며 한라엔컴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페레그린 와이제이에이 제1호 유한회사는 한라엔컴 인수를 위해 설립된 사모펀드회사로 성신양회는 이곳에 2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한라엔컴 지분 투자는 김태현 성신양회 사장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성신양회는 2분기 개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91억 원에 불과했지만 레미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과 함께 일부 차입과 매출채권을 활용해 투자금을 마련했다”며 “현재 재무상황에서 200억 원은 투자하기에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신양회는 2분기 개별기준으로 2천억 원이 넘는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라엔컴과 성신양회는 2017년 기준 업체별 레미콘 출하량에서 각각 344만㎥와 191만㎥를 출하해 출하량 기준 7위와 8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출하량을 합치면 성신양회는 국내 레미콘시장에서 삼표와 유진기업에 이어 업계 3위로 도약할 수 있다.
한라엔컴과 성신양회 모두 경기와 충청 지역을 레미콘사업의 주요한 거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시너지도 기대된다. 레미콘은 공사현장까지 운반되는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로 제품 생산 뒤 90분 안에 현장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특성을 지녀 공장 위치 등이 중요하다.
김 사장이 불과 1년 전 레미콘사업의 축소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성신양회는 2017년 3월 레미콘사업장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삼정회계법인과 함께 매각 일정 등을 검토했으나 한 달 만인 4월 매각 의사를 철회했다.
김 사장은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이어온 시멘트업계의 오랜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레미콘사업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최근 2년여 동안 진행된 시멘트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성신양회는 2017년 9월 한라시멘트의 적격인수후보에 선정됐으나 예비실사 뒤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현금이 부족해 인수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국내 시멘트시장은 최근 2년 동안 구조조정을 거치며 '3강 2중 체제'로 재편됐는데 성신양회는 3강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사이 성신양회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5.1%에서 2016년 14.0%를 거쳐 2017년 12.6%로 하락했다.
김 사장은 오너 3세 경영인으로 2016년 3월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아버지인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을 제치고 성신양회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 사장이 성신양회 최대주주에 오른 시점을 즈음해 시멘트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는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레미콘사업을 통해 심기일전을 꾀힌다고 볼 수도 있다.
성신양회는 과거 인수합병을 통해 레미콘사업을 크게 키운 경험이 있다.
성신양회는 1986년 진성레미콘 부천 공장을 인수하며 레미콘사업을 시작한 뒤 1998년 진성레미콘 전체를 인수합병(M&A)하며 사업을 키웠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레미콘 수요 감소로 2011년부터 사업 규모를 줄였고 이 과정에서 10여 개에 이르던 국내 생산공장을 4곳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성신양회는 2010년 전체 매출의 33%를 레미콘사업을 통해 올렸지만 2011년 비중은 25%로 떨어졌고 그 뒤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