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노사 교섭 장기화와 판매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취임 1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그가 받아들 성적표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기업 5곳 가운데 올해 임단협에 합의하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6월에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 차례의 실무교섭과 5차례의 본교섭을 실시했지만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조합원 특별격려금 300만 원 지급 △노사 신뢰 생산·판매 격려금 250% 지급 △문화생활비와 점심식대 보조금액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2017년에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린 점을 감안해 급여 수준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혹은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에 회사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을 밟고 있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야 임단협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판매가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올해 1~8월에 누적 기준으로 내수시장에서 자동차를 5만5630대 팔았다. 2017년 1~8월과 비교해 내수 판매량이 18% 급감했다.
르노삼성차는 2017년에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5.6%를 보였으나 올해는 4.6%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 대수도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1~8월에 해외에 모두 10만1682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수출물량이 8.3% 줄어든 것이다.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할수록 판매 부진의 탈출구를 찾는데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르노삼성차가 두가지 악재를 한꺼번에 마주하게 됐다고 자동차업계는 본다.
시뇨라 사장은 박동훈 전 사장의 뒤를 이어 2017년 11월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1991년 르노그룹에 입사해 르노그레디트인스티튜션(RCI) 최고경영자(CEO), 닛산 영업·재무관리, RCI브라질 CEO, RCI뱅크앤서비스 부사장 등을 거친 르노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다.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3년 동안 배당을 크게 늘렸던 기조를 살펴볼 때 수익성 중심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에 더욱 힘이 실렸다. 르노삼성차의 최대주주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르노그룹BV(79.9%)다.
르노삼성차는 2015년에 1400억 원을 현금배당해 배당성향 55.73%를 보였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3146억 원(배당성향 100%), 2135억 원(배당성향 70%)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하지만 판매량 후퇴로 르노삼성차의 외형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배당금 규모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뇨라 사장이 판매량 반등울 위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르노삼성차의 고전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말도 자동차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르노삼성차의 주력모델인 SM6와 QM6는 2016년에 출시된 차종이라 점차 노후화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만 르노삼성차는 아직 두 차량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유일하게 국내에 새로 출시한 소형 해치백(차체 뒤쪽에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는 차량) 클리오 판매량도 신통치 않다.
클리오는 4월부터 판매돼 8월까지 모두 2067대 팔렸다. 월별로 평균 400대가량 팔린 것으로 르노삼성차가 목표로 잡았던 월 1천 대 판매를 단 한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차가 한 해에 국내에 신차 1종을 출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주력 모델인 SM6와 QM6의 판매를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10월에 경상용차 마스터를 프랑스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경상용차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틈새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