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9-04 1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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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검색과 결제, 배송, 반품까지 쇼핑의 모든 단계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한국의 아마존’으로 도약하겠다.”
이상호 대표이사 사장은 11번가의 독립 법인 공식출범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인공지능 등 최첨단 I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11번가를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종합 쇼핑 포털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인공지능 전문가인 이 사장을 앞세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SK플래닛 소속으로 운영돼 왔던 11번가는 9월1일 SK텔레콤의 자회사로서 독립했다. SK텔레콤은 11번가 지분 98%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11번가를 맡은 이 사장은 인공지능 및 국내 음성검색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플래닛에서 기술총괄을 맡은 뒤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으로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총괄했다.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동국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자연어처리와 음성처리로 석사,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 사장이 당장 SK텔레콤과 인공지능 등 IT분야에서 시너지를 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 관계자는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주문할 수 있는 11번가 상품은 16가지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런 서비스를 11번가의 더 많은 부분에 접목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통업계와 IT업계의 공룡기업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성장전략과 닮아 있다.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의 플랫폼을 공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마존은 목소리 만으로 알렉사나 코타나를 활용해 쇼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아마존의 알렉사처럼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종합 정보통신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올해 초 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확대해 인공지능 리서치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 2017’에 참석해 “11번가를 절대 매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전자상거래 역량은 60점밖에 줄 수 없어 더 잘해야 한다. 아마존은 SK텔레콤보다 영업이익이 적지만 다 연구개발에 투자해 커머셜 역량이 엄청나다”고 말하기도 했다.
11번가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일이 절실하다.
SK플래닛은 2016년 11번가를 흡수해 매출의 절반가량을 내고 있었지만 실적은 시원치 않았다. SK플래닛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 859억 원을 냈고 순손실은 이어져 2017년에도 5137억 원, 2016년 310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11번가가 지속적으로 매각설에 시달렸던 이유이기도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당장 이익을 내는 데 집중하기 보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과 마케팅분야 등에 지출을 많이 하다보니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1번가가 독립 법인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11번가는 온라인쇼핑몰 가운데 성장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번가는 옥션, G마켓 등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2008년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거래액 9조 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