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 격차가 6천억 원대로 좁혀졌다. 두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격차는 한때 4조 원에 이르기도 했다.
둘의 격차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 격차가 6천억 원대로 좁혀졌다.
신한금융그룹이 무려 11년 만의 인수합병으로 오렌지라이프(ING생명)을 품는 반면 KB금융지주는 당분간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4일 종가 기준으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 격차는 6900억 원가량이다.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월 말 종가 기준으로 28조6800억 원도 넘었으나 8개월여 만에 7조 원 넘게 증발했다.
4일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21조4909억 원으로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도 같은 기간 7위에서 12위로 다섯 계단이나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은 4일 종가기준으로 20조7937억 원이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로부터 금융 대장주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3월 말 4조 원까지 벌어졌던 두 회사의 시가총액 격차는 6천억 원대로 줄었다.
올해 들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주가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 KB금융지주의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19%가량, 신한금융지주 주가와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13%, 14%가량 떨어졌다.
하반기 주식시장에 관해 밝지 않은 연구보고서들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지주와 은행 주가들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오렌지라이프 인수라는 호재 때문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ING생명을 인수한 뒤 1등 금융그룹 지위를 회복해 경쟁은행과 격차를 벌릴 것”이라며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당장 그룹 성장성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지만 순이익과 자기자본 이익률(ROE)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지주 주가는 당분간 큰 폭으로 오를 만한 호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를 놓고 “장기투자자 성격으로 분류되는 외국인들과 연기금이 동시에 순매도 중”이라며 “실적 개선, 인수합병 효과, 자사주 매입 등 그동안의 이벤트성 요인들이 거의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의 동력이 될 만한 새로운 계기가 없다”고 바라봤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리딩 금융그룹'을 놓고 실적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주가에서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2분기 실적에서 KB금융지주가 분기 기준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쳤다. 이어 3분기 실적에서는 분기는 물론 누적 순이익까지 KB금융지주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는 올해도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조9151억 원을 거둬 신한금융지주(1조8170억 원)를 981억 원 차이로 앞섰다.
주식시장에도 변화의 흐름이 빠르게 반영됐다.
지난해 1월 KB금융지주 주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신한금융지주 주가를 역전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시가총액 1위로 치고 나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주가가 금융회사의 실적을 그대로 반영해 정확히 비례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 급등락이 없고 어느 정도 기초체력(펀더멘탈)을 따라가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인수합병이나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서 주식 교환거래 등이 있을 때는 주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주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