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시장의 회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확보하려면 최대 강점인 해양플랜트 수주가 절실한데 시장의 흐름이 좀처럼 뜻같지 않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을 통한 2019년 흑자 전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경쟁력이 높아 관련 시장이 회복하면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이런 장점이 당분간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하고 추출하는 설비인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가가 곤두박질한 탓에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글로벌 대형 오일 메이저들은 여전히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일감들은 싱가포르와 중국 조선사들이 빼앗아가 올해 국내는 수주 소식이 없었다.
업계는 유가가 계속해서 올라 지금 수준 이상으로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어야 발주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삼성중공업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목표로 27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아직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 2건을 수주했지만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
수주가 유력하다고 꼽혔던 북해 부유식 해양설비는 노르웨이 조선소에 넘어갔고 로즈뱅크 해양설비 입찰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조선사인 셈코프마린에 밀려났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3년 동안 유일하게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올렸던 기업이다보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많았다”며 “수주 부진을 만회하려면 해양플랜트가 필수적”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중공업은 10년 전 수주 잔고가 50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7월 기준으로 199억 달러로 떨어졌다. 해양플랜트 수주 여부에 삼성중공업의 회복이 달렸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다 상선부문 실적을 경쟁업체에 추월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양플랜트에 힘을 쏟아 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해양플랜트사업부의 인력과 장비도 잘 보전되어 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잔고 비중이 상선보다 큰 곳은 삼성중공업뿐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7월 기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모두 11기(시추설비 6기, 생산설비 5기)로 전체 199억 달러 가운데 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에지나’는 8월 말 인도됐고 나이지리아 조선소도 일감이 떨어졌다. 추가 수주를 확보하는 일이 다급해진 셈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릴라이언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수주전이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싱가포르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만큼 삼성중공업은 이 수주에 사활을 걸어 왔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현지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지라아의 자바자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수주전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수주를 따내더라도 단기적 동력확보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세계적 위상을 자랑해왔지만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소의 공세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기대되지만 수주잔고가 부족한 빅3 사이의 경쟁에 신규 진입자들의 도전도 거세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