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96단 3D낸드에 시설 투자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출하량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낸드플래시업황이 내년까지 계속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를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유리해 악영향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일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꾸준히 늘어나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까지 평균가격 하락폭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이 인용한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 분석에 따르면 낸드플래시업황은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낸드플래시기업들의 3D낸드 증설 투자로 공급 증가율이 수요 성장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부터 연말까지 약 37.3%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기업들 사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에서 공급 과잉이 예상되자 투자를 계획보다 축소해 업황을 유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분야에서 시설 투자 속도는 크게 늦추지 않고 있다.
낸드플래시 전용 생산기지로 운영되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에서 제2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새 공장 증설에만 약 8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도 낸드플래시 생산 장비가 계속 반입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제2공장의 증설도 확정햐고 구체적 시기와 투자 방향을 조율하는 단계에 와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96단 3D낸드 공정을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증설 투자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전체 낸드플래시 출하량에서 96단 3D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약 6%에 그치겠지만 4분기에 13% 정도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에서 96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한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은 시범 생산을 진행중이고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96단 3D낸드의 양산을 시작하자마자 대규모 증설 투자로 약 반년만에 세계 낸드플래시 출하량의 13%를 차지할 만큼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6단 3D낸드 양산 초기에 "새로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보다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90단 이상 3D낸드로 전환해 수요 상황에 맞춰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HS의 조사결과를 볼 때 삼성전자가 96단 3D낸드의 수요 확보를 자신하고 초반부터 공격적 수준의 증설 투자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 중국 시안(왼쪽)과 경기 평택시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
96단 3D낸드는 현재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32~64단 3D낸드 공정보다 메모리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박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서버와 스마트폰업체 등 고객사 수요를 자극할 만큼 충분히 떨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 전체 시장의 외형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96단 3D낸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림으로써 낸드플래시 수요가 반등할 때 효과적으로 물량을 대응하고 공급 단가도 경쟁사보다 낮춰 공급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가 올해는 낸드플래시에서 공급 과잉과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봤지만 내년부터 다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박 연구원은 내년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26.4% 떨어지겠지만 출하량은 37.2%에 이르는 증가폭을 보이며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에 모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