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중국의 개방 바람을 타고 중국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 은행 및 금융자산관리회사에 자유롭게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하나금융그룹이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24일 외국 기업이 중국 은행 및 금융자산관리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을 10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전체 외국 기업의 투자비율은 25%, 단일 외국 기업은 20%까지로 투자할 수 있는 지분율을 제한해왔는데 이를 전면 폐지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7년 말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공언을 한 데 뒤이어 중국 재정부가 구체적으로 중국 은행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지분율 제한을 완화할 계획을 밝힌 지 약 1년 만에 본격적으로 개방정책이 시행된 셈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자유무역주의를 따른다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하려는 것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중국사업’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국 금융회사에 꾸준히 투자를 벌였으며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활발히 중국사업을 벌이고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2010년 일찌감치 중국 지린은행의 지분 20%를 확보해뒀을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중민투자회사와 합자법인을 설립해 중국 리스시장에도 진출해있다. 2016년 중국 랑자고분유한공사와 합작법인을 세워 자산관리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이미 지분을 확보해둔 지린은행에 장기적으로 추가로 지분을 투자할 가능성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이 중국의 규제 변화로 지린은행의 지분을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궁극적으로는 지린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지린성 정부에 이은 지린은행의 2대 주주이지만, 보유 지분은 약 16%에 그친다.
지린은 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대북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는 점도 추가 지분 확보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김 회장은 최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등을 동반하고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관람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북한에 대한 금융 지원 및 인프라 개발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을 것으로 공공연하게 해석된다.
지린성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옌지시를 중심으로 중국과 북한 교류의 중심지역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최근 지린성 옌지시에 신규 분행을 설립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동북 3성에 모두 분행을 두고 있을 정도로 북한 접경 지역에 꾸준히 공을 들여오고 있다.
최근에는 KEB하나은행을 통해 지린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과 중국의 국제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정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린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중국 하나 지린은행 금융과정 입학식에 매년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이 지역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지분 투자 계획은 없다”면서도 “중국이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쏟고 있는 지역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