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8-26 17: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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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시장 점유율 1위인 일동제약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동제약은 ‘벨빅’이라는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는데 삭센다의 국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벨빅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26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가 비만 치료제 신약 삭센다의 공급 확대를 준비하면서 일동제약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 규모는 약 1천억 원 수준인데 일동제약이 벨빅이라는 제품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벨빅을 국내에 도입해 2015년 2월 출시했다. 벨빅은 식욕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를 억제하는 기전의 비만 치료제다.
일동제약은 벨빅으로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122억 원의 매출을 내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벨빅은 체중 감소 효과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임상을 통해 2년 이상 장기간 사용해도 심혈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등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벨빅 매출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비만 치료제 성수기인 지난해 2분기에 일동제약은 벨빅으로 32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31억 원, 4분기에는 24억 원, 올해 1분기에는 23억 원 등으로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비만 치료제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벨빅 매출이 26억 원에 그쳤다.
벨빅 매출 감소는 비만 치료제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벨빅의 주성분인 로카세린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오남용을 놓고 우려도 높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향정신성 의약품의 관리를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벨빅 판촉활동에 어려움이 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조만간 삭센다 물량을 대거 늘린다면 일동제약의 빌벡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 노보 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치료제 '삭센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3월 주사형 비만 치료제 삭센다를 국내에 출시했는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삭센다는 비만 치료제로서 뛰어난 안정성과 고혈당 정상화, 고지혈과 고혈압 개선 등의 부가적 효능이 있고 비만 치료제 가운데 유일하게 심혈관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삭센다는 올해 2분기에 2억 원에 조금 못미치는 매출을 냈지만 이는 공급 부족 때문이다.
삭센다는 현재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물량이 바닥난 상태에 놓여있다.
삭센다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제품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중고거래사이트 등에서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불법 유통이 되고 있을 정도다. 삭센다 열풍을 놓고 한때 ‘우유주사’로 유명했던 ‘프로포폴 열풍’이 연상된다는 말도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 국내 물량을 대거 늘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삭센다의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 국내 비만치료제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삭센다는 주요 글로벌 국가에서 출시 이후 경쟁 비만 치료제 제품들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보젠코리아도 올해 말 미국에서 2012년 출시된 비만 치료제 ‘큐시미아’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벨빅의 매출 1위 수성도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