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을 통해 1조15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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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정몽구 회장은 4149억 원, 정의선 회장은 7427억 원을 수중에 넣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해 이미 3천억 원을 손에 쥐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금액까지 합치면 1조 원에 이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물려받으려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번 매각대금 7427억 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6일 종가 기준으로 약 300만 주가량이다. 전체 9700만 주의 3%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마련한 자금을 합친 1조 원으로 410만여 주를 사들일 수 있다. 이 경우 지분율은 4.2%로 올라간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차익 활용에 대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지만 매각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지분율이 4%도 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추가적으로 높아져야 합병이나 스왑 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서 모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기업 지배구조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정관 KB증권 연구원도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대금으로 현대모비스를 인수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합병도 걸림돌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현재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회장 부자가 이번에 얻게 된 매각대금 1조1500억 원과 정 부회장이 지난해 이노션 지분 매각으로 얻은 3천억 원을 합치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가치와 거의 비슷하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경우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매각대금을 상속세로 활용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주가가 떨어진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주가부양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아자동차 주가는 지난해 8월 6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최근 4만45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