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NH농협은행과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재계약을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빗썸은 NH농협은행과 기존대로 재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이용자 투자금을 법인계좌에 넣어두고 받았던 이자 등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은 사용하고 있는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31일로 종료돼 NH농협은행과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두 회사 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는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가상계좌 활용을 금지하고 본인이 인증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화폐거래소의 동일 은행 계좌 사이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서비스다.
빗썸과 NH농협은행은 이용자 투자금의 성격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빗썸은 재계약을 통해 이 돈을 고객에게 언제든지 돌려줄 수 있는 법인계좌에 묶어두고 이자 수익을 보장받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고객 보호를 내세워 이 투자금을 ‘이용자 예탁금’으로 계정을 분리해 예치해야 하고 이자는 커녕 오히려 보관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빗썸은 그동안 이용자 투자금을 법인계좌에 넣어두고 NH농협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아왔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비티씨코리아닷컴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9918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른 이자수익도 20억 원 수준이다.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이 NH농협은행으로부터 받은 이자로 추정된다.
NH농협은행은 이용자 투자금을 이용자 예탁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면 빗썸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용자 예탁금은 특정금전신탁(에스크로)으로 분류돼 오히려 돈을 맡아주는 금융기관이 보관료를 받는다.
빗썸 관계자는 “이자는 소액에 불과해 재협상에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며 “다만 투자금이 이용자 예탁금으로 분류되면 빗썸이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금을 주고받는 행위를 두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 문제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용자 예탁금으로 분리 보관하면 기업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해도 고객은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며 “이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빗썸은 국내 최대의 가상화폐거래소다. 8월 기준으로 세계 12위의 거래량을 나타내고 있다.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NH농협은행에게는 수익의 일부일 뿐이지만 빗썸에게는 회사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은 NH농협은행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용자 투자금을 이용자 예탁금으로 분류해 은행들과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재계약을 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