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8-20 16: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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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판매회복에 고전하고 있다.
윤몽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 부사장과 진병진 동풍열달기아 총경리 부사장이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의 판매율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 윤몽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 부사장(왼쪽), 진병진 동풍열달기아 총경리 부사장.
20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7월 중국 판매량이 유럽 지역보다 뒤쳐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7월 유럽 차량 판매대수를 포함한 해외 판매 통계를 20일 공식적으로 내놨다.
현대차는 1~7월에 유럽에서 32만2341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유럽 판매량은 30만5264대다.
현대기아차 합산으로 1~7월에 유럽에서 모두 62만7605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것인데 이는 같은 기간 중국 판매량인 60만1444대를 소폭 앞선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유럽 판매량에 뒤진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뒤 현지공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면서 중국시장은 한동안 현대차의 주요 시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까지만 해도 국내시장을 최대 판매 시장으로 유지하다가 2012~2016년 중국에서 1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5년 동안 중국을 최대 판매시장으로 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을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중국시장은 2017년에 미국과 한국에 이은 3위 판매시장으로 주저앉았다.
7월 말 기준으로 중국 판매량이 유럽 판매량에도 추월당하면서 중국시장은 4위 판매시장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의 성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7월에 중국에서 각각 41만116대, 19만1328대 팔았는데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6.7%, 27.8%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보복으로 중국 판매량이 급감했고 올해 중국에서 신차를 출시했다는 점까지 감안할 때 아직 과거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2014~2016년에 모두 10% 이상을 보였으나 2017년에 8.9%로 내려앉은 뒤 올해 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판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25일 현대기아차의 중국법인 수장에 오른 윤몽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 부사장과 진병진 동풍열달기아 총경리 부사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윤 부사장은 현대차 경영전략실장과 경영전략팀장, 경영세미나팀장, 기획실장 등을 두루 거친 전략과 기획 전문가다. 북경현대기차 법인장 발령 이전에 전무로 일하며 현대차의 터키법인인 HAOS법인장을 지냈다.
▲ 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인 북경현대기차 공장 전경.
진 부사장은 동아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현대차에서 차량생기2팀장, 미국앨라배마법인(HMMA) 부장, HAOS법인 생산실장, HAOS법인장 등을 거쳤고 기아차에서 기아생기센터장을 맡다가 기아차의 중국 법인 대표를 맡게 됐다.
윤 부사장과 진 부사장 모두 현대차의 유럽 진출 생산거점인 HAOS법인장을 지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이 중국 판매 회복의 임무를 맡기기 위해 윤 부사장과 진 부사장을 중국 법인장에 배치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차그룹도 두 부사장의 인사발령을 내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과 진 부사장 앞에 놓인 현대기아차의 영업환경을 놓고 볼 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수입차에 매기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까지 낮췄지만 현대기아차는 사드보복을 돌파하기 위해 이미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에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는 유럽이나 일본 완성차에 대항할 무기가 없는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관세율 인하에 따른 과실은 주로 유럽과 일본 완성차회사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2017년부터 중국 완성차기업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한국 완성차기업은 중국의 규제 완화에 따라 수혜를 보게 되는 일본과 유럽의 완성차기업보다 판매량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완성차 기업의 저가 공세에도 쫓기고 있다. 일본과 유럽 완성차기업의 관세 인하 수혜와 중국 완성차기업의 추격 사이에서 입지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중국 판매량 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투입한 소형SUV(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중국명 엔시노)의 판매도 매우 부진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제품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 등 장기적 처방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판매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 점유율 회복 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현대차는 4월에 중국에서 엔시노를 4385대 팔았지만 5월에 판매량이 604대로 급감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각각 145대, 65대 파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