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어 가상화폐 거래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상화폐의 불안정성을 우려해 강한 규제를 펼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 지사가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현지 제휴와 사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9월13~14일 동안 제주도에서 국내외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을 연다.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의 한국 법인 후오비코리아는 8월 초에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블록체인 허브를 만들기 위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회사 재미컴퍼니는 제주도의 관광 O2O(온오프라인통합)회사 티그와 함께 가상화폐 ‘재미코인’을 실생활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시범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원 지사가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에 성공한다면 관련된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는 만큼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도 사전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 지사는 8일 ‘지역과 함께 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제주도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상화폐) 특구로 지정하기 위해 정부, 제주도, 민간기업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릴 것을 공식 건의했다.
이 건의안에는 제주도에서 가상화폐 공개(ICO)를 허용하고 블록체인에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것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허용하는 규제방식)를 적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가상화폐 공개는 회사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해 외부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 가상화폐 과열과 사기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명확한 기준과 규제에 따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장치를 만들어 시장의 순작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전제”라며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로서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규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인 점을 활용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업의 사업활동을 적극 보장하는 거점도시(허브도시)로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려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돼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가상화폐 공개가 현재 강하게 통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 지사가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추진하려면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8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것을 기점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제도화에 관련된 법안 검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가 강력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가상화폐 공개를 허용하는 방침을 정부에 권고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기 등의 위험성이 높은 가상화폐 공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정부가 원 지사와 달리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바라보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미래산업으로서 육성하겠지만 가상화폐는 규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대상에서 뺀 사례도 있다.
중기부는 논란이 일어나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은 가상화폐 거래소만 포함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다른 기업은 정부 차원에서 키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