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일감 고갈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을 서둘러 넘기 위해 킹스랜딩 해양플랜트와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힘을 쏟고 있다.
킹스랜딩 해양플랜트는 미국 석유개발회사 엘로그익스플로레이션(엘로그)이 멕시코만에서 원유를 시추하기 위해 발주하는 부유식 생산 시스템이다. 계약규모는 5~6억 달러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은 킹스랜딩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엘로그로부터 반잠수식 부유식 해양생산 시스템인 델타하우스를 건조해 2014년 인도했었는데 킹스랜딩 해양플랜트 발주처가 과거 건조해 인도했던 것과 비슷한 사양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발주처가 현대중공업에게 발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관계자가 이미 울산 조선소를 다녀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킹스랜딩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 발주처와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는 당초 올해 7월 결과가 나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뤄져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노리고 있는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은 킹스랜딩 해양플랜트보다 가능성이 조금 낮다.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삼성중공업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블록B 해양플랜트는 베트남국영석유회사의 자회사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발주처다. 푸꾸옥페트롤리엄은 베트남 근해의 천연가스 개발에 쓸 고정식 해상플랫폼을 발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사업비 규모는 약 10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이 이 두 해양플랜트를 모두 수주한다면 올해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세운 수주목표 16억 달러를 무사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2015년부터 해양플랜트 일감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20일부터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을 중단하는 처지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 중단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부터 상선부문 일부 일감을 해양플랜트 야드로 돌렸지만 이마저도 유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휴인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상선 일감을 해양플랜트 야드 쪽에 배치했지만 상선부문도 일감이 없어 도크를 돌리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며 “해양플랜트부문에서 2천 명 이상 유휴인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부문에서 일하는 직영 노동자 수는 모두 2600명 정도다. 영업 및 사후관리에 필요한 인력 300명과 상선 부문에서 일하는 인력을 빼면 2천여 명 정도가 유휴인력이 될 것으로 회사는 바라본다.
올해 킹스랜딩과 블록B 해양플랜트를 모두 수주한다고 해도 적어도 2019년 정도까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대규모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양플랜트는 수주하고 나서 건조 단계에 들어가기까지 약 1년 반 정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2019년 상반기까지 약 1년 동안 해양플랜트 야드의 가동 중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 여부에 따라 가동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