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녀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 상무가 동유럽 종합쇼핑회사 인수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 상무는 이선호 CJ 부장의 누나로 CJ그룹에서 장차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을 승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전이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첫 발이 될 수도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경후 상무가 직접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CJENM의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가 CJ그룹의 3세경영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경후 상무는 최근 남편인 정종환 CJ 상무와 함께 직접 슬로베니아로 이동해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 실사에 참여했다.
CJENM은 현재 스튜디오모데르나 최대주주인 유럽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GA’로부터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수 예상가격은 약 5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모데르나는 유럽의 중앙 및 동부지역을 기반으로 홈쇼핑, 소매점, 인터넷판매, 텔레마케팅 등 다양한 채널망을 갖추고 있는 종합 유통기업이다.
식기 브랜드 ‘델리마노’와 신발 브랜드 ‘워크맥스’, 침구류 브랜드 ‘도르미오’ 등 자체상표(PB)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에서 탄탄한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러시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모두 21개국에 진출했으며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도 발을 내디뎠다.
고객이 4억 명에 이르는 스튜디오모데르나를 인수하게 된다면 CJENM은 동유럽에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JENM은 인수전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후 상무가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전에 직접 참여한 것을 놓고 이 상무의 ‘
이미경 역할 승계’에 첫걸음을 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현 회장은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경후 상무가 조력자이자 동반자로서 이 회장에게
이미경 부회장이 했던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에서
이재현 회장의 누나이자 동반자로서 CJ그룹 설립 초창기부터 CJ그룹의 정체성을 문화기업으로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는 등 해외 활동에 익숙했다. 이는 ‘국내파’였던
이재현 회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미경 부회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협상을 통해 3천억 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시아 지역 배급권을 따냈고 이는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의 출발이 됐다.
이경후 상무가 올해 7월 CJENM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인사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경후 상무는
이미경 부회장을 역할모델로 삼아 CJ그룹의 방송과 쇼핑, 해외부문에서 입지를 본격적으로 다질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이번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전에서 잡음이나 후폭풍이 없도록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2011년 CJ그룹 지주사 CJ에 대리로 입사했고 이후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 상무대우로 임원에 올랐고 11월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올해 7월 CJENM 브랜드전략 상무로 발령받으며 4년 만에 귀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