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수출이 증가한 것보다 수입 감소폭이 커 '불황형 흑자‘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4년 경상수지 흑자가 잠정적으로 894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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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그동안 최대 흑자였던 2013년의 811억5천만 달러보다 10.2% 늘어난 수치다. 한국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4개월 동안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1년 동안 다른 국가와 주고받은 상품과 서비스 등 모든 상업적 거래량을 가리킨다. 상품과 서비스를 국외에 수출한 양이 수입한 것보다 많을 경우 흑자가 나며 반대의 경우 적자가 난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는 2013년 827억8천만 달러에서 2014년 928억9천만 달러로 늘어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흑자가 수출량 증가보다 수입량 감소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불황형 흑자라고 해석한다. 블황형 흑자는 경기불황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생기는 흑자다.
지난해 전체 수출금액은 6215억4천만 달러로 2013년보다 0.5% 증가했다. 이번 수출증가율은 외환위기 시절인 2009년 수출금액이 2008년보다 15.9% 감소한 이후 가장 낮다. 2011년 20%를 넘었으나 2012년 2%대로 떨어져 지난해 0%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전체 수입금액은 5286억6천만 달러로 2013년보다 1.3% 줄었다. 전체 수입금액은 2012년에 2011년보다 0.7% 감소한 뒤 3년 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다.
노충식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은 불황형 흑자 논란에 대해 “2014년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최근 수입이 감소했거나 수출 증가율이 줄어든 이유는 국내경기보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고 밝혔다.
노 팀장은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입이 함께 줄어들면서 수입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금액이 아닌 물량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통관 기준 수출과 수입 물량이 각각 13%와 12% 늘어나 불황형 흑자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사상 최대의 흑자가 유가하락 외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떨어지면서 나타났다고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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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정책간담회에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환율을 올리라는 압력이 생긴다며 “올해 흑자폭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2.6%다. 1분기의 74.5%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한 가계가 자유롭게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소득 중 소비를 선택한 쪽을 뜻한다. 국민들이 계속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우리은행 우리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소득이 제자리인 반면 보유자산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거비와 교육비 상승은 물론 고령화 등으로 국내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한동안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량으로 들어와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원화강세’ 현상이 일어난다. 기업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국내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확대나 유가하락에 영향을 받는 제품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