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7월 LS전선 임직원들에게 사내 메시지에서 “한때 ‘기업의 경영 교과서’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이제 성공이 아닌 실패의 대표 사례가 됐다”며 ‘보유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GE는 15년 전만 해도 미국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로 몰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이 GE를 직접 거론하며 내실 강화를 강조한 것은 이전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LS전선은 2008년 1조 원을 들여 북미 최대의 전선회사 수페리어에식스를 인수하며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수페리어에식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구조조정 등으로 오랫동안 실적 부진을 겪었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전선 발주량도 크게 줄었다.
LS전선의 매출은 201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에 들어서야 반등에 성공했다.
구 회장은 현재 초고압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사업에 LS전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고압 해저케이블은 고도의 기술력과 함께 실적(트랙 레코드)도 필요해 LS전선을 포함해 세계에서 5개 기업 정도만 공급이 가능한 제품이다. 수익성이 높고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 구리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S전선의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기존 교류송전 방식보다 전력손실이 적고 국가별로 주파수가 다른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 LS전선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은 2014년 LS전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세세한 업무들은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방향성에 관해서는 직접 결정하고 있는 만큼 ‘역량 집중’과 ‘실용주의’라는 노선 아래 LS전선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 관계자는 “구 회장은 일주일의 절반은 LS전선에, 절반은 자회사 가온전선에 출근하며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구 회장의 최근 경영 메시지는 사업 확대보다는 내실을 추구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