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5년 말 18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같은 기간에 꾸준히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금융 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 전체 임직원 수는 3월 기준으로 1만2661명이다. 2017년 3월보다 213명 늘었다.
같은 기간에 주요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대부분 줄었다. 감소폭을 살펴보면 우리은행 878명, 신한은행 587명, KEB하나은행 457명, KB국민은행 207명 등이다.
기업은행의 인사적체 및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항아리형 인력구조란 일반행원보다 과장, 차장, 팀장 등 책임자 수가 더 많은 인력구조를 말한다.
전체 직원 가운데 책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3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64.6%로 KB국민은행 (58.52%), 신한은행(54.02%), 우리은행(53.38%), KEB하나은행(45.75%) 등보다 크게 높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기업은행의 책임자 비중은 오히려 2.1%포인트 높아졌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책임자 비중은 1%포인트 내외의 감소폭을 보였다.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을 통해 책임자급인 직원들을 물러나게 하고 신입 직원을 채용하며 항아리형 인력구조에서 느리게나마 벗어나고 있지만 기업은행에는 이런 통로가 없어 고용 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발맞춰 올해 초 비정규직 3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퇴자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추가로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김 행장이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은행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과 인력 운용을 통제를 받고 있는 금융 공기업이라서 희망퇴직과 퇴직금의 규모 등에 관해 기획재정부와 조율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걸려있는 만큼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희망퇴직 및 퇴직금의 규모를 늘리는 데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 공공기관의 직원은 임금피크 대상이 돼 희망퇴직을 신청하더라도 임금피크제 기간에 받을 수 있는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자에게 남은 정년에 따라 27~36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모두 지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KDB산업은행이 과거에 퇴직금 규모를 늘리기도 했지만 감사원이 2014년 KDB산업은행의 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며 ‘방만경영’을 지적한 뒤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 공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금융 공기업 희망퇴직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면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퇴직금에 ‘추가 위로금’ 형태로 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금융 공기업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희망퇴직을 적극 장려하면서도 금융 공공기관의 퇴직금 지급을 위한 예산은 틀어쥐고 있어 기업은행은 계속 난감한 처지에 놓여 왔다”며 “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정부의 금융 공기업 희망퇴직제 방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