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전체 순이익의 20%를 비은행사업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국내외 영업망을 바탕으로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의 협업을 통해 비은행자회사의 순이익 성장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주력사업인 중소기업대출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 등을 감안해 비은행사업을 확대하는 데에 더욱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중소기업대출잔액 148조7천억 원으로 집계돼 2017년 말보다 4.4%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시장 점유율 22.7%를 차지해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도 중소기업대출 위주로 전체 대출잔액이 늘어나면서 기업은행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잔액 증가폭은 5.1%로 기업은행을 웃돈다.
중소기업대출이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 등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점도 관련 수익의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 여신에 특화돼 있어 하향조정 중인 국내 경기 전망이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중은행이 하반기 들어 중소기업대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바라봤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가계대출에 이어 개인사업자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우량 중소기업의 수는 한정돼 있어 시장의 주도권을 쥔 기업은행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이 2016년 12월 취임하면서 “은행에 90% 이상 쏠린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읽힌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 전체 순이익의 20%를 해외에서 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과 비은행자회사의 현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영업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은행과 IBK캐피탈의 복합점포를 열어 현지 소액대출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IBK캐피탈의 미얀마 현지법인이 기업은행보다 먼저 현지 영업을 시작해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싱)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국내에서도 IBK투자증권과 같은 사무공간을 쓰는 복합점포 수를 현재 12곳에서 연내에 19곳으로 늘려 두 기업의 자산관리(WM) 수익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연계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발행 주관 등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투자금융(IB)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증자 여부도 현재 협의하고 있다.
김 행장이 2017년부터 은행과 비은행자회사의 협업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던 성과도 2018년 들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행 비은행자회사들은 상반기에 순이익 1608억 원을 올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주요 비은행자회사의 순이익 상승폭을 살펴보면 IBK캐피탈 53.1%, IBK투자증권 34.9%, IBK연금보험 26.5%, IBK저축은행 157.1% 등에 이른다.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전체 순이익과 비교한 비은행자회사의 비중도 17.2%로 집계됐다. 2017년 상반기 14%에서 3%포인트 이상 높아지면서 김 행장의 목표치인 20%에 가까워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