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도 장밋빛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현대엠코와 합병 시너지로 최고 실적을 올렸고 올해에도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승계 디딤돌’이기도 하다.
◆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시너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조68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규수주는 11조3355억 원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2013년 매출 2조6162억, 수주 5조4864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이런 결과는 현대엠코와 합병한 덕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으로 시공순위 10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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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 수주계약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최대 수주 계약인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수주(20억1천만 달러)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3억2500만 달러) 등 해외에서 96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2013년 해외 수주액 52억 달러보다 84%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설계능력과 현대엠코의 시공능력의 시너지가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약진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이 23일 기대에 부합하는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하자 현대엔지니어링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많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 실적에서 연결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호조세를 보인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 11조 원, 매출 7조 원의 목표를 정했다. 해외수주 목표액은 7조2천억 원이다. 지난해 실적보다 해외수주 목표를 적게 잡은 것은 유가하락 등 대외적 환경을 감안한 것이라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설명했다.
무리하게 수주를 늘리기보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몸집 키울까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실적에 관심을 쏟는 것은 현대차그룹 승계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2대 주주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하려다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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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정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두 축으로 여겨졌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것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 거래가격 기준으로 시가 총액이 6조4천억 원에 이른다.
이는 현대건설의 시가총액 4조7천억 원을 앞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물산(8조5천억 원)에 이어 건설사 가운데 2위다. 현대엔지니어링 장외가격은 한때 9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 지분 가치만 8천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뒤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 지분 가치를 더 늘릴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지분가치가 1조 원을 어렵잖게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연내상장 가능성을 점치기에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이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우선 이노션 상장에 집중하고 이노션 상장을 마무리한 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지분 40%,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노션은 올 하반기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