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량공유사업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차 사업의 단초로서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사업의 경쟁력을 최대한 빨리 높이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4일 호주의 차량공유회사인 커넥스트도어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커넥스트도어는 2013년부터 개인 대 개인이 시간 단위로 차량을 공유하는 P2P방식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현재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4대 도시에서 6만2천 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차량공유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임에도 관련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회사 가운데 뒤늦게 차량공유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임러는 2008년부터, BMW는 2011년부터 자체적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투고’와 ‘드라이브나우’를 각각 선보였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의 ‘퀵카’, 포드의 ‘피어투피어 카셰어링’ 등 완성차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차량공유사업을 펼치는 사례는 수두룩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들어서야 차량공유시장에 진출했다.
2017년 8월 기아차의 주거형 차량공유 서비스 ‘위블’에 이어 같은 해 9월 현대차와 현대캐피탈 합작으로 찾아가는 차량공유 서비스 ‘딜카’가 나왔다.
글로벌 완성차회사와 차량공유 서비스회사의 짝짓기도 활발한데 현대차도 투자를 매개로 차량공유회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8월 한국의 카풀앱 ‘럭시’에 50억 원을, 같은 해 12월에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꼽히는 싱가포르 ‘그랩’에 2500만 달러(약 280억 원)을 각각 투자한데 이어 이번에 호주 카넥스트도어에도 전략적 투자를 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GM은 미국 우버, 인도 올라, 싱가포르 우버 등에 동시다발적 투자를 진행해 차량공유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현대차가 투자한 그랩에 토요타도 투자를 단행하는 등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회사 투자로 적과 동침하는 글로벌 완성차회사도 늘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서 차량공유사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차량 소유의 개념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가 미래차사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기보다 공유를 선택하면서 미래에는 자동차의 주요 고객이 개인이 아닌 차량공유회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는 매년 신차 판매가 30%씩 줄어드는 대신 차량공유시장은 2020년 경 56억 유로 수준으로 커질 것 예상했으며 딜로이트는 2040년에 미국 운송수단 수요의 80%가 차량공유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시장 확대는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미래차 보급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적 차량공유를 위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이 불가피하며 차량공유 개념으로 자동차의 경제성이 부각되면서 고연비, 친환경 차량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동호 코트라 무역관은 ‘자동차산업 내 차량공유가 뜨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량공유와 자율주행의 결합은 멈출 수 없는 자동차산업의 흐름이며 수년 내에 자동차산업의 주요 흐름이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장웅준 현대차 ADAS 개발실장 이사대우 역시 2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과거에 차량을 소유하려 했다”며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의 주된 고객은 모비리티 서비스 제공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차량공유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신사업 발굴 및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부사장은 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모빌리티 서비스”라며 “현대차는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