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과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이 6월15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사 문제에 경륜과 식견이 풍부한 송영중 교수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은 4월6일 송영중 당시 산업기술대학교 석좌교수를 5대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송 부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고용정책본부장, 이명박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정통 노동관료 출신이다.
경총은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경제단체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동관료 출신을 상임부회장에 앉히자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고 경총은 실험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송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의 임시 총회에서 해임이 결정됐다. 그는 취임 3개월 만에 해임되며 경총 출범 48년 만에 처음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부회장으로 남게 됐다.
경총은 송 부회장의 해임 사유로 △직원 간 분열 조장과 사무국 파행 운영 △경제단체 정체성에 어긋나는 행위와 회장 업무 지시 불이행 △경총 신뢰 및 이미지 실추 등을 들었다.
송 부회장은 취임 뒤 최저임금 논의, 검찰의 압수수색, 직원들 특별성과급 지급 등을 놓고 경총 사무국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고 급기야 재택근무 논란까지 더해지며 결국 해임을 피하지 못했다.
송 부회장이 경총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됐지만 경총 변화의 시작점이 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송 부회장의 거취 문제에서 시작된 경총의 갈등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이어졌고 이는 경총 사무국 내에서 관행처럼 진행되던 특별 성과급 지급 등의 사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3일 임시총회에서 “최근 경총 사무국 내 문제로 회원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와 제도, 규정을 정비하는 등 사무국 내 일대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손 회장은 3일 임시총회에서 송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하는 동시에 송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동응 전무의 사의도 받아들였다. 이동응 전무는 1994년부터 24년 동안 경총에서 일한 핵심인사로 2007년부터 전무이사를 맡아 사무국의 살림을 책임져 왔다.
송 부회장이 경총 사무국 인적 변화의 계기를 만들면서 투명성을 확대하는 마중물이 됐다는 점은 평가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송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된 경총의 내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송 부회장은 3일 전화기를 꺼 놓은 채 임시 총회 결과를 놓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일 손경식 회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지금껏 강경했던 태도를 볼 때 해임 결정에 불복하며 경총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상철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3일 임시총회가 끝난 뒤 송 부회장의 법적 대응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송 부회장이 법적 대응 등의 조치를 하면 그에 맞춰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총 사무국 직원들에게 지급한 특별 상여금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특별 상여금 지급은 단순한 보고 누락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겨레신문은 3일 경총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 공작을 도우며 받은 특별수입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검찰이 4월 말 경총을 압수수색하는 등 현재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경총의 적폐와 싸우고 있다고 말해왔던 송 부회장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