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거둘 스마트폰사업 실적을 놓고 증권사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침체를 극복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놓을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판매를 놓고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갤럭시노트9의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비장의 부분에서 구매를 설득할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하반기 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판매를 8월 초에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노트9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출시를 1개월 앞두고 진행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최근 통과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9가 공개되기 전부터 판매량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을 둘러싼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케팅비 증가와 판매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고가 스마트폰에서 뚜렷한 경쟁요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스마트폰사업에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초 출시한 새 스마트폰 갤럭시S9은 이전작 또는 경쟁사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노트9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적으로 하드웨어에서 큰 변화를 선보이기 어렵고 부품 원가 상승으로 판매가격을 낮추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9의 성능과 사양은 이미 부품업계 관계자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됐다. 6.4인치 크기의 화면과 대용량 배터리, 갤럭시S9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와 듀얼카메라 탑재가 유력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놓고 갤럭시노트9가 예상보다 좋은 판매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보인 증권사는 찾기 어렵다. 외신들도 대체로 판매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전망이 모인다.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의 하드웨어 발전에 게을렀던 것으로 나타나 실망스럽다"며 "애플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더 강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으로 갤럭시노트9의 수요 확보가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판매량을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는 고 사장이 IM부문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오른 첫 해이기 때문에 성과가 더 중요하다.
갤럭시노트는 고 사장이 지난해부터 '팬들을 위한 스마트폰'으로 강조하고 있는 라인업이다. 삼성전자의 고정 사용자층과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갤럭시노트9가 시장의 부정적 관측을 뒤집고 흥행에 성과를 보이려면 고 사장이 아직 새 스마트폰를 놓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서 '비장의 무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 사장은 2월 갤럭시S9 출시행사에서 새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2.0'이 갤럭시노트9에 가장 먼저 탑재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적이 있다. 빅스비2.0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전용 펜 'S펜'. |
빅스비 2.0은 이전 버전과 달리 삼성전자가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한 만큼 음성인식과 단축기능 구현에 그쳤던 초기 빅스비와 큰 차별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9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까지 빅스비 2.0를 놓고 언급하기 어렵다"며 "출시 시점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곧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특징인 전용 펜 'S펜'을 활용한 새 인터페이스 기능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갤럭시노트9의 S펜은 내부에 별도의 구동용 반도체와 기판, 배터리 등을 탑재해 이전작보다 몇 단계 더 발전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 사장은 처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에 오를 때 인터페이스 등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평가받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출시한 스마트폰에서 뚜렷한 그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갤럭시노트9의 변화가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