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채용비리 관련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은행들이 채용비리 수사의 불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이 조만간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두 은행의 최고경영진을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영장질실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은 채용 비리 혐의와 관련해
김정태 회장을 5월2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관련 혐의는 금융감독원이 밝힌 조사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2013년 공채를 통해 채용한 특정 지원자의 추천인이 ‘김○○(회)’로 작성됐다. 금감원은 ‘(회)’가 회장 또는 회장실로 불린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노동조합은 향후 검찰의 움직임과 법정 공방의 진행상황 등에 따라 목소리를 더욱 높일 수도 있어 노사갈등의 부담도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도 안심하기 힘들다. 검찰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여부를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5월9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살펴보기 위해 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윤 회장에게 국민은행에서 2015~2016년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특혜채용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3년 동안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인사의 최종 권한을 쥐고 있었는데 이 재임 기간은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된 시기인 2015~2016년과 겹친다.
2015년에 신입직원으로 특혜채용된 것으로 의심받는 지원자 3명 가운데 윤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가 포함되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대구은행 등도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경영진 기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5월29일 성명에서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모든 직원 앞에 명확한 진상 규명을 약속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검찰의 수사 결과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이와 관련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1일 긴급 회의를 열어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김경룡 행장 내정자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함 행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법리적 검토와 보강수사 등을 통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여지를 열어뒀다.
물론 검찰이 함 행장을 불구속기소할 수도 있다.
검찰은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구속영장을 1월에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불구속기소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