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이 4월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 이커머스 사업 전략 및 비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뉴시스> |
롯데그룹이 오랜 고민 끝에 온라인사업 방향을 내놓았다.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고 3조 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온라인사업의 영역이 크게 달라 통합 시너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유통의 중심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온라인사업 통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디지털 및 재무담당 부문장, IR팀장 등 롯데쇼핑 핵심 실무진이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이번 출장에서 올해 들어 한 차례도 열지 못한 해외 투자설명회를 열고 미국 현지기업을 찾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까지 온라인사업에 3조 원을 투자해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와 3800만 명 규모의 멤버스 회원, 1만1천 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과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그만큼 확보하고 있는 멤버스 회원도 많아 이들이 시너지를 내면 큰 파급력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희태 대표도 온라인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롯데쇼핑의 고객정보 활용, 오프라인 점포 활용 측면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 방법이 신세계그룹보다 시장에 더 빠르게 연착륙하고 더 큰 시너지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자금조달 규모와 통합 온라인몰 출범시기 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온라인사업에 모두 3조 원을 투자한다. 투자금은 롯데그룹과 롯데쇼핑이 절반씩 부담하며 온라인 통합에 1조 원가량을 투자하고 시스템 개발에 5천억 원, 고객 확보 마케팅에 1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절반의 투자금을 분담한 롯데쇼핑은 현재 업황 악화로 예전만큼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9404억 원으로 2년 연속 1조 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2013년 1조485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강 대표는 "롯데쇼핑은 매년 EBIDT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8천억 원가량 이익이 난다"며 "앞으로 5년 동안 나눠서 투자하면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마무리 단계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 롯데마트는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내며 롯데쇼핑에 부담을 안겨왔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유통업황이 근본적으로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 규제 등 부정적 영업환경과 소비습관 변화에 따른 백화점 경쟁력 약화, 할인점사업 부진 등은 한동안 롯데쇼핑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통합 온라인몰을 처음 선보이는 시기가 2020년이라는 점을 놓고도 너무 늦었다는 시선도 있다.
온라인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함께 변화가 매우 빠른 시장이다. 롯데그룹보다 훨씬 먼저 온라인몰 통합을 진행한 신세계그룹도 SSG.com을 안정화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기업이자만 온라인에서는 경쟁력이 아직은 다소 떨어진다"며 "마케팅에만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을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온라인사업은 마케팅으로만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