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도 1심 형량이 너무 낮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5월3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은 오전 10시10분에 시작돼 오후 5시 반에 끝났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5시간을 넘겼다. 검찰과 신 회장 측이 각각 2시간이 넘는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부터 신 회장의 변호를 맡아온 김앤장이 거물급 변호사를 추가해 변호인단을 대폭 강화했고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역임한 이광범 변호사의 LKB&파트너스도 2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변호인단은 2심에서 추가로 증인을 신청하지 않은 경영비리 혐의와 달리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최대 1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롯데그룹도 장외에서 재판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 회장의 재판에 직접적 도움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여론을 의식해 최대한 조용하게 보낼 것으로 보인다.
4월에 열린 51주년 기념행사는 조촐히 치러졌다. 지난해 50주년 행사를 워낙 크게 하기도 했지만 올해 신 회장이 부재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화려한 불꽃놀이로 여러 차례 관심을 모았던 롯데월드타워 역시 당분간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다.
롯데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3월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고위 임원들에게 골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계열사 차원의 화려한 행사나 불필요한 의전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의 ‘몸 사리기’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2월 법정구속된 뒤 롯데그룹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각 BU장들도 현장에서 사업을 챙기고 있지만 현상유지 수준에 그친다.
몇 년 전부터 추진하던 온라인사업 투자계획 확정이나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 독립 등 예정된 사업들은 별다른 무리없이 추진됐다. 하지만 공백이 길어질수록 ‘그 다음’을 준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결정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해 재판으로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 여러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을 정도로 해외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신 회장의 공백에 따른 해외사업 차질, 인수합병 제동, 기업공개 불발 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수합병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혀왔지만 당분간 인수합병시장에서도 롯데그룹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총수 부재를 겪었던 SK그룹이나 CJ그룹도 한동안 주요 인수합병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2013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 동안 CJ그룹은 정체를 거듭했다. CJ그룹 매출은 2011년 22조8천억 원에서 2012년에는 26조8천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부재했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25조 원에서 29조 원 사이를 오가며 정체기를 겪었다. 2016년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했지만 속도는 더뎠다.
SK그룹에서도 KT렌탈을 롯데그룹에 넘겨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과감한 베팅과 황 부회장의 전략이 합쳐져 막판에 KT렌탈을 차지했다. KT렌탈은 롯데렌탈로 간판을 바꿔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3년 이후 SK그룹은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공급회사 UP, 일본 반도체회사 엘피다 등 국내외 굵직한 인수합병에서 잇따라 지거나 막판에 포기했다.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 많다는 점도 신 회장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순환출자고리 해소, 롯데지주 출범, 회장 집무실 이전, CI 교체, 새로운 비전 발표 등 숨가쁜 속도로 변화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지난해와 같은 역동적 모습을 보기 힘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에서 급한 사안을 처리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놓고 대규모 투자 등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중경영'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면회시간이 10분으로 짧은 데다 면회 내용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신 회장 역시 옥중경영보다 본인의 재판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고위 경영진들이 1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씩 신 회장을 찾아오지만 경영현안을 놓고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건강 등 안부를 묻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요 경영현안을 놓고는 대부분 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사실상 위임했다.
롯데그룹의 몸 사리기가 길어질수록 그룹 안팎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롯데그룹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퍼져있었는데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