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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롯데그룹,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1-12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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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 속 롯데그룹,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일본행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해임된 뒤 서울을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이뤄진 것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오너 일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입을 다물고 있다. 경영권 향방 등 억측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국적 등도 새삼 주목되고 있다.

◆신동주는 한국으로, 신동빈은 일본으로

12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9일 한국에 들어왔다. 신 회장의 일본 방문 목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루 차이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발걸음이 엇갈리면서 롯데그룹 내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일본 방문에 나선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 부재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일본롯데의 경영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경영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중인 만큼 일본에서 신 회장의 행보가 자유로울 것이라는 설명도 따라붙는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경영하는 구도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롯데의 핵심 계열사 3곳 등의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롯데의 양쪽 경영을 총괄하는 구도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황상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총괄경영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이번 일본 방문도 그런 흐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은 후계 구도와 관련한 관측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과 (신동빈 회장의) 일본 방문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일본 방문이 예정된 비즈니스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또 “신 회장이 자주 일본을 방문하지 않지만 그 곳에 가족도 있고 종종 일본을 가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일본 방문이 단순히 개인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너의 장남이 해임된 상황에서 일본롯데는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회장이 일본롯데를 당분간 전문경영인체제로 이끌다 차츰 경영권 지배력을 높여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문도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본 롯데는 전문경영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쓰쿠다(72) 사장은 와세다대 출신으로 1968년 스미토모 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 입사해 33년 동안 일한 뒤 2001년부터 8년 동안 로열호텔 대표를 지냈다.

쓰쿠다 사장은 2009년 6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발탁됐으나 신 전 부회장과 3~4년 전부터 경영방침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은 최근 신 전 부회장이 쓰쿠다 사장과 경영 방침을 놓고 대립해 왔으며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함으로써 쓰쿠다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 전 부회장은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11일 집안 제사와 가족 모임에 참석해 신 총괄회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의 정체성

롯데그룹 오너 일가 내부에서 경영권 향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롯데그룹의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국적문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총자산 91조7천억 원으로 공기업을 포함한 국내 재계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롯데는 한국 롯데의 10분의 1규모에 그치고 있다.

외형면에서 한국롯데가 압도적으로 규모가 크지만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일본롯데가 사실상 한국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일본의 롯데 계열사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어 정확한 지배구조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롯데의 일본 계열사 36곳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된 법인은 한 곳도 없으며 이들 계열사들은 순환출자고리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19살에 80엔을 들고 일본에 밀항해 롯데를 세웠다.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늘날의 롯데그룹을 일궜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 귀화해 일본 국적으로 갖고 있는 한국계 일본인이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두 번째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씨와 사이에서 신동주와 신동빈 두 아들을 얻었다.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1988년 롯데상사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했으며 1996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한국에 귀화했다. 신 회장은 한국어 의사소통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2005년 제2롯데월드 부지 인근 문정동 법조타운 건립 부지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매각 차익을 거뒀는데 최초 부지매입 당시 일본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외국인의 토지 취득이라는 점에서 위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국적을 버린 신동빈 회장과 달리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거주하고 있는 '완전한' 일본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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