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합의한 임단협 협상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부결되자 권오갑 사장이 새로운 임금인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은 노조원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는 임단협 협상안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8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임단협 협상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데 대해 회사를 비롯해 노조 집행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 잠정합의안 투표결과 반대가 66%로 찬성(33%)보다 무려 2배나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회사가 상당한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지 않는 한 다시 찬반투표를 한다고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합의안이 최초의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근소하게 부결돼 노사가 재협상을 벌여 임금을 약간 더 보상하는 안을 마련해 타결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우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현대삼호중공업처럼 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 위원장은 8일 노조 소식지 ‘민주항해’에서 “조합원들의 힘찬 투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겸허히 반성하고 있다”며 “다시 일어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적은 성과급에 합의한 것, 사무실 조합원들의 불만 요인인 연봉제를 저지하지 못한 점도 부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찬반투표 부결은 잠정합의안 기본급 인상안이 애초 노조의 요구보다 8만 원 낮은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조원들은 현대중공업이 호황일 때에도 임금을 크게 올려주지 않았는데 적자를 내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매년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면서 그동안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 불신이 깊어졌다 ”며 “수주가 잘되고 실적도 괜찮았을 때 회사에서 좀 챙겨줬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새로운 임금인상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반대표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합의안으로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결된 합의안도 7개월이 넘는 진통 끝에 나온 것인데 여기에 회사에서 무엇을 더 챙겨줘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도 최근 2달 동안 10만 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8일 9만9400원으로 전날보다 3100원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현대중공업의 상황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임단협 타결이 계속 지연되면 현대중공업이 대외적으로 수주영업을 하는데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