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설립 이후 71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국장이 나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17일 지나 해스펠 CIA국장 내정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승인했다.
지나 해스펠 국장은 1985년부터 33년 동안 CIA에서 근무했다. 해스펠 국장은 경력의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졌지만 아프리카와 유럽 등에서 일했으며 CIA 내부에서도 베테랑 정보요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준 과정에서 태국의 CIA 비밀수용시설(암호명 ‘고양이 눈’)에서 있었던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기법을 지휘한 전력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뉴욕타임스는 “CIA는 2002년 태국의 비밀수용시설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용의자 2명을 물고문한 뒤 관련 비디오테이프를 파기했다”며 “파기를 지시한 문건에는 당시 해스펠 부국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해스펠 부국장이 고문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며 “해스펠 부국장은 CIA 국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인준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존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전 포로생활 중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다.
해스펠 국장은 9일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CIA 국장이 되면 과거와 같은 구금이나 고문은 없을 것이라는 명확하고도 무조건적 약속을 하겠다”며 “불법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켜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스펠 국장은 터키어와 러시아어가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CIA 비밀공작, 방첩, 대테러 등 여러 분야에서 근무하며 국가비밀공작처(NCS)와 대테러센터 등을 이끌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2017년 2월 여성 내부인사로는 처음으로 CIA 2인자인 부국장에 올랐고, 같은 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후 CIA 국장 직무대행으로 일해 왔다.
2013년 CIA 비밀공작활동을 지휘하는 국가비밀공작국(NCS) 부국장이 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나 해스펠 국장을 놓고 “폭넓은 국내외 임무를 통해 존경받는 베테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스펠 국장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 ‘최우수 공직자 대통령 상’과 미국 정보요원들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윌리엄 도노번 상’, CIA 영예훈장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