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오랜 부진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신제품 'G7씽큐'를 인공지능 생태계의 한 축으로 강조하는 새 전략을 꺼내들었다.
G7씽큐의 판매 성과는 LG전자가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서 기반을 구축하고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해야 할 이유를 증명하는 데 열쇠로 꼽힌다.
13일 외신을 종합하면 LG전자 G7씽큐는 출시 초반부터 증권사와 외신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매셔블은 "G7씽큐는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이지만 소비자 수요를 자극할 만한 흥미로운 점이 없다"며 "LG전자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은 "G7씽큐의 진정한 차별점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있다"며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는 대체로 LG전자가 G7씽큐를 출시하며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G7씽큐는 하드웨어 차별화보다 기본에 집중한 대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둔 제품이기 때문이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은 G7 씽큐 출시행사에서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면 같은 하드웨어에서도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며 "진화와 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수년 동안 스마트폰 차별화를 노린 다양한 실험 전략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었다.
가죽 소재를 적용한 G4와 '모듈식 스마트폰'에 도전한 G5, 전문가 수준의 미디어 기능을 적용한 V10과 V20 등이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누적 영업손실이 2조 원을 넘자 지난해부터 대규모 조직 쇄신을 진행했고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수장도 황정환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침체되고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자체의 경쟁력으로 의미있는 반등을 노릴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올해 새 스마트폰을 'V30S씽큐'와 'G7씽큐'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은 사업 전략에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G와 V시리즈 후속 제품이라는 의미보다 LG전자 자체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 시리즈의 한 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LG전자가 하드웨어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에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가전 등 주력 상품 대부분에 씽큐 브랜드를 붙여 내놓았다. '올레드TV씽큐'와 에어컨 '휘센씽큐', 인공지능 스피커 '씽큐허브'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은 소비자와 접점이 넓고 자주 사용하는 기기인 만큼 LG전자의 인공지능 기술과 브랜드를 알리기 가장 좋은 제품이다. 사물인터넷 가전 등 서로 연동되는 제품을 동작하기도 편리하다.
▲ LG전자 'G7씽큐'의 인공지능 기능 안내. |
결국 G7씽큐의 판매 확대는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 뿐 아니라 LG전자만의 독자적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생태계의 기틀을 닦는 데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LG전자가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며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놓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스마트 폰사업 매각설이 불거진 적도 있다.
LG전자가 G7씽큐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본다면 이런 의문을 해결하면서 LG전자와 씽큐 브랜드의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며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의 생존도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사업의 장기 부진이 LG전자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개선의 의지와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