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를 운영하는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싼 게 비지떡’이다. 물건값은 싸더라도 품질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리다매의 진정한 강자로 꼽힌다.
'천원숍' 다이소는 가성비를 앞세워 유통업계 정체를 뚫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천 원’ 티끌을 모아 ‘2조 원’ 태산이 눈앞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 유통전문점 다이소는 최근 '국민가게 다이소'를 새 슬로건으로 내걸고 토종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다이소와 브랜드를 같이 사용할 뿐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01년 일본 다이소산업으로부터 34%의 지분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이름을 아성산업에서 다이소아성산업으로 교체하고 매장 간판도 '아성 이븐 플라자'에서 다이소로 바꿔 달았다.
‘다이소에 가면 다있소’라는 문구로 인지도를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이 때문에 적잖은 수난을 겪었다. 일본기업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박 회장이 최근 회사이름을 '다이소아성산업'에서 '아성다이소'로 바꾼 것도 한국기업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세에 더 가속페달을 밟으려면 일본기업이라는 오해부터 완전히 벗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1조6457억 원을 거두면서 3년 동안 매출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전년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2.4%가 늘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매출 2조 원의 고지 돌파도 머지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물류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산허브센터’도 추가로 짓고 있다. 2012년 용인에 건립한 남사허브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짓는 첨단 물류센터다. 시설부지는 7만4천㎡(2만2천 평) 규모로 모두 2500억 원이 투자되며 2019년 5월경 완공된다.
다이소의 전신 '아스코 이븐 플라자'는 1997년 세워졌다.
박정부 회장의 고집으로 균일가를 뜻하는 '이븐'이 브랜드 이름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1980년대만 해도 유통업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풍우실업이라는 작은 전구 제조회사의 평범한 공장장이었다. 하지만 노사 갈등으로 15년 동안 일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인생길에 접어들었다. 44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창업을 했다.
무역사업을 하면서 일본에 생활용품을 수출하다가 ‘100엔숍’이 눈에 들어왔다. 박 회장은 한국에서도 분명 성공하리라 확신하고 아스코 이븐 플라자를 열었다. 처음에는 13평 규모의 작은 가게였다.
이때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는 박 회장에게 오히려 성공의 발판이 됐다. 그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1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살 수 있다는 이점을 앞세워 손님을 끌어들였다.
현재 다이소는 전국에 1200개의 점포를 둘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생활용품뿐 아니라 식료품, 문구류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
3만 종에 이르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다이소는 매장 최고가가 여전히 5천 원이다. 500원과 1천 원, 1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 등 6단계의 가격대를 2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봉, 물병, 종이컵 등 생필품 가격을 1천 원으로 동결하고 2천 원 이하 상품 비중을 8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다이소 제품의 품질은 절대 '싸구려'가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천 원짜리도 비싸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이소는 상품을 들여올 때 모두 4단계의 과정을 거쳐 품질을 검증한다. 담당직원이 판매가 가능한지를 따져 보고하면 팀장, 제품총괄 상무를 거쳐 박 회장이 상품의 입점을 판단한다. 그는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한 때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기도 했다.
가격 책정 방식도 다른 기업들과 정반대다. 제품 원가에 일정한 이윤을 붙여 소비자 가격을 정하는 게 일반적 방식이지만 다이소는 먼저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고 이 가격을 구현하기 위해 제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낸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1~2% 언저리지만 물류 자동화와 매장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다만 다이소는 취급품목이 늘어나는 만큼 대형 매장을 잇달아 출점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 등 문구관련 단체들은 다이소 때문에 동네 문구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 면적이 3천㎡ 이상의 대규모 점포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출점 등에 제한을 받지만 다이소는 전문점으로 분류돼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다이소를 ‘문구소매업 적합업종’으로 편입해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다이소 실태조사에 들어갔으며 상반기 안에 규제 여부를 결론낸다.
자체적 상생안에 따라 규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다이소는 최근 자발적으로 출점을 제한하고 올해 3천여 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450여 개에 이르는 다이소 가맹점들도 소상공인인 만큼 가맹점주들의 의사에 반해 문구류나 식품 취급을 제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맹점주, 주변 상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