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상임이사 임명을 늦추고 있다.
고강도 혁신에 힘을 싣기 위해 상임이사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상임이사 인사를 우선하면 각 사업본부가 조직논리에 빠져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양 사장이 임원인사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이재웅 경영관리본부장이 물러나면서 감사위원을 포함한 상임이사 여섯 자리 가운데 다섯 자리가 비어있다.
35개 공기업 가운데 상임이사 자리가 1~2석 공석인 곳은 있지만 석유공사처럼 대규모 공석인 곳은 없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직 상임이사 선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
양수영 사장 취임 이후 임원 인사보다 조직개편 등 내부혁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우선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을 제외한 공기업의 상임이사 자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장에게 임명권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감사위원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비상임이사와 달리 상임이사는 공기업 임원 가운데 사장의 재량권이 가장 크다.
양수영 사장은 최근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기업회생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고 해외 자원 개발 업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사공동 개혁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2개처, 112개 팀 조직을 18개처, 99개 팀으로 축소하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양 사장이 현재 석유공사에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혁신 의지에 힘을 보태고 조직 안정을 꾀할 임원급 인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상임이사를 한번 선임하면 각 본부가 조직논리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인사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사장의 혁신 작업은 현재 노조와 협력을 통해 탄력을 받고 있다.
양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부사장을 지낸 민간기업 출신으로 3월 취임 당시만 해도 민간기업 출신에 거부감을 지닌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취임 이후 곧바로 노조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석유공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임금의 5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는 등 이전 민간출신 사장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노조의 신뢰를 얻었다.
전임 사장이었던 민간기업 출신 김정래 전 사장은 임기 내내 노조와 큰 갈등을 겪으며 혁신동력을 상실했다. 특히 전 직원의 임금 10% 반납 결정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노조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전임자와 달리 양 사장은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노사공동 개혁위원회가 그 상징이다. 양 사장은 이를 통해 강도 높은 내부감사를 예고했고, 위법사실이 있으면 검찰에 즉각 고발하는 한편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으면 책임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양 사장은 자신의 경영을 보좌할 상임이사 선임에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상임이사는 보통 각 본부를 책임지는 본부장급이 맡는다.
고강도 내부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임원 인사를 먼저 하면 석유공사 전체의 이익보다 각 본부의 이익을 우선하는 조직 보신주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양 사장은 석유공사의 내부 혁신 작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될 때까지 상임이사 선임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