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5월3일 중국 선전의 샤오미 매장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사장단과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길에서 화웨이 등 스마트폰업체와 자동차기업 BYD의 최고경영진을 잇따라 만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스마트폰 부품과 자동차 전장사업 성장에 힘을 싣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정을 공개한 점으로 미뤄 경영 복귀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일 중국 선전으로 출장을 떠난 뒤 중국 전자업계 ‘거물’로 꼽히는 경영진과 잇따라 만났다.
중국 1위 전기차업체 BYD의 왕추안푸 회장을 포함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션웨이 BBK그룹 회장 등이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이들이다.
BBK그룹은 중국 2, 3위 스마트폰업체인 비보와 오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상위 4개 업체의 최고경영진을 모두 만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중국 전자업계 리더들과 전장, 부품사업 등 삼성전자의 신성장사업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 부품사업 핵심 경영진을 이끌고 출장을 떠난 점을 볼 때 스마트폰 및 자동차용 부품 공급 문제를 주로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는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침체로 모바일 부품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에 집중하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삼성전기의 듀얼카메라 등 고가의 부품 탑재를 꺼리고 있어 자칫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으로 경영에 손을 뗀 사이 이런 위기가 벌어진 만큼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직접 고객사와 협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삼성전기의 카메라 등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서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점도 이 회장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하만 인수합병 등에 대규모 투자를 벌였는데 조기에 성과를 확인하지 못하면 경영능력을 증명할 계기를 만들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중국 전기차 1위업체인 BYD의 지분을 매입하며 관계를 맺은 만큼 이 부회장은 왕추안푸 BYD 회장과 만남에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전장부품 공급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적용된 하만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BYD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중요한 경쟁업체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경쟁업체와 맞대결을 피하고 삼성의 전자계열사의 부품 공급 확대 등 실익을 얻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사장단과 함께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중국 유통매장을 찾아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등 현장경영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가 무너졌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의 매장 방문은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TV 유통조직을 재편하며 쇄신에 나선 만큼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살피고 개선책 마련 등을 포함한 반등 전략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앞두고 중국 사업과 관련해 놀랄만한 성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중국 출장길에서 공개적 행보를 보이는 점을 볼 때 돌아오는 대로 중대한 사업 협력 성과를 발표하며 경영 복귀를 정식으로 알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