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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합병 정당성 위해 회계기준 바꿨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5-02 16: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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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까지 장부가격으로 평가하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왜 2016년이 돼서야 시장가격으로 반영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던 만큼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지만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 놓고 논란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자산가치를 회계상 시장가격으로 반영하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합병 정당성 위해 회계기준 바꿨나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2월에 미국 제약기업인 바이오젠과 85대 15의 비율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으로만 평가했지만 2016년 초에 내놓은 감사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책정했다.

기존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장부가격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한 금액을 토대로 2650억 원으로 반영됐는데 시장가격으로 환산한 결과 4조8086억 원으로 계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이익 2조642억 원(법인세 제외)을 2015년 순이익에 반영하면서 4년 연속 순손실에서 벗어나 2015년에 순이익을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반영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산가치를 늘리게 되면 상장 때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과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에 결산 회계감사를 받으면서 삼정KPMG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 등을 자체적으로 검토한 데다 외부감사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을 더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영 전반을 지배할 수 없게 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 형태로 전환해야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사안을 다르게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꾸준히 종속회사로 분류했던 회사를 도중에 변경하는 것은 회계기준 위반일뿐 아니라 고의적 분식회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회계처리 기준 변경의 이유로 내세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시장가치를 반영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분식회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놓고 회계 특별감리를 1년여 실시해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 등을 다량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물산 기업가치 입증 위한 행보였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까지 자산가치를 늘려야 했던 배경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2015년 5월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한 뒤 같은 해 9월 합병절차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합병 정당성 위해 회계기준 바꿨나
▲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에 따라 해외사업과 바이오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설명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당시인 2015년 9월에 주당 16만 원 안팎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6년 6월에 11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기업가치 상승을 내걸었던 삼성그룹으로서는 합병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적 상장을 통해 삼성물산 주가 부양을 노렸을 수 있다는 주장이 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합병 당시에 바이오부문의 성장성 등을 내세웠지만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의 고민이 커졌을 것”이라며 “합병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43.44%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상장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면 삼성물산도 그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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