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지난해 가격을 올렸다가 철회한 적이 있는데 일부 가맹점들이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은근슬쩍 가격을 올렸다.
BBQ는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 본사 차원에서 제품 가격을 2천 원가량 올렸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들어오고 여론이 악화되자 가격 인상을 전면 취소했다.
BBQ 본사인 제너시스BBQ가 정부와 여론을 살피며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협의 없이 가격을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BBQ의 일부 가맹점들이 1일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2천 원 인상했다. 서울 강남에서 BBQ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미리 올린 곳도 있고 5월1일자로 가맹들점들이 다 같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만8900원이었던 BBQ 써프라이드는 2만900원으로, 1만6천 원이었던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8천 원으로 올랐다. 써프라이드 순살은 가격이 2만1900원으로 2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인상률이 10%가 넘는 셈이다.
그러나 BBQ 홈페이지에는 예전 가격이 그대로 적혀 있고 가격 인상을 놓고 사전 예고도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BBQ 가맹점주는 “본사는 정부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해 가맹점주들이 올렸다”며 “소비자들이 주문할 때 일일이 가격을 안내하고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소비자에게 직접 전화해 가격을 알리고 취소 여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외식 물가가 줄줄이 올랐지만 치킨업계는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값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김밥과 치킨,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편승 인상에 시장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4월 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5월1일부터 배달주문 1건당 2천 원을 받기로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를 강행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빅3 가운데 하나인 교촌에프앤비가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면서 나머지 두 곳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재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교촌에프엔비를 비롯해 BHC, BBQ가 빅3로 꼽힌다.
교촌치킨이 총대를 메 집중포화를 맞는 동안 BBQ 가맹점주들이 소비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각자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동안 BBQ뿐만 아니라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 일부가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2천 원씩 받아온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아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상폭은 훨씬 커졌다.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며 “가맹점 차원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가맹점에서 4월부터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받거나 가격을 올렸다는 점에서 가맹점 관리 부실에 따른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BQ뿐 아니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본사 차원에서 밝힌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맹점주 처지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손에 쥐는 돈이 3년 사이에 반토막났다”며 “본사가 정부 눈치를 보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입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