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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의 디자인 경영, 모바일에서도 통할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3-17 15: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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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의 디자인 경영, 모바일에서도 통할까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

‘브루클린((Brooklyn).’


뉴욕의 황량했던 공장지역에서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변신한 곳이다.


현대카드와 팬택의 스마트폰 공동개발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에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의 부활에 현대카드가 기여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처지에서 보자면 플라스틱 신용카드 그 다음을 내다보는 시선이 머문 곳일 수도 있다. 플라스틱 신용카드가 종말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현대카드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담겨있는 곳이 바로 ‘브루클린’일 수도 있다.


정 사장은 팬택과 손을 잡았다. 팬택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디자인 과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융합을 강조하면서 이종과 협업에 매진해 온 그다. 그런 정 사장이 모바일 카드라는 미래 시장을 ‘현대카드만의 방식’으로 대비하기 위해 내딛은 첫 발이다.

  정태영의 디자인 경영, 모바일에서도 통할까  
▲ 이준우 팬택 사장(왼쪽)은 지난 2월 현대카드 여의도 사옥을 방문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오른쪽)과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 정태영 “차세대 스마트폰을 재해석하겠다” 의미


현대카드는 지난 11일 팬택과 스마트폰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 사장은 SNS를 통해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마케팅 팀이 팬택의 엔지니어와 공동으로 차세대 스마트폰을 재해석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 사장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디자인실 직원들을 투입해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이준우 팬택 사장이 몇 달 전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금융회사와 IT기업이 제품개발에 공동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디자인만 맡는 것이 아니라 ‘리브랜딩(Re-branding)’을 전담한다. 현대카드는 “기존 제품의 단순 변형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신선한 디자인을 겸비한 스마트폰을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용자환경(UI, User Interface)과 그래픽사용자환경(GUI, Graphical User Interface), 마케팅까지 직접 이끌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카드는 팬택과 협업을 통해 자사의 M포인트를 활용한 스마트폰 구입이나 요금결제 같은 폭넓은 마케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현대카드가 이번 협업으로 얻는 직접 수익은 없다. 그런데도 정 사장이 팬택의 협업 요청에 응한 것은 모바일 금융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곧 다가올 모바일 카드 시장에 대한 학습기회를 얻으면서 고객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했다.


이미영 현대카드 브랜드본부장은 “앞으로 모바일은 금융시장에서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요인”이라며 “우리는 팬택과 협업을 통해 모바일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카드 관계자는 “조만간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드들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플라스틱 카드의 종말에 대비한다


이런 발언들에 정 사장의 고민이 담겨있다.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을 통해 현대카드를 기사회생시켰지만 플라스틱 카드의 종말이 빠르게 다가오는 현실을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6월 현대카드의 모바일 시장 진출을 묻는 질문에 “현재 모바일 결제시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단순 결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바일 금융시장 생태계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모바일 카드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모바일 카드는 모두 800만 장 이상이 발급됐다. 현대카드 경쟁사들은 앞다퉈 모바일 카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회사인 SK와 KT는 스마트폰 유통망을 장악하며 스마트폰에 자사의 모바일카드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기존 카드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시장에 진출한 신한카드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153만 장이란 발급기록을 세우며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와 삼성카드도 각각 42만 장과 37만 장을 발급해 추격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1월까지 모바일 카드 30만 장을 발급했다. 모바일 카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선도하기에 역부족이다.

  정태영의 디자인 경영, 모바일에서도 통할까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사진=뉴시스>

정 사장은 스티브 잡스의 열렬한 추종자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이 정 사장도 예민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품이나 마케팅뿐 아니라 회사와 사무실 구석구석까지 그의 디자인 철학의 손길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 등을 만들면서 그랬다.


정 사장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다. MBA 출신들과 글로벌 컨설팅회사 출신 컨설턴트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한다. 그만큼 대우도 해준다. 정 사장은 그들이 단순히 CEO의 지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서슴없이 내친다. 이것 역시 ‘A급 인재’에 대한 유별난 집착을 보였던 잡스와 같다.


그런 정 사장에게 경쟁사의 모바일 카드 전략을 따라가는 것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시장판세를 뒤집을 그 무엇이 정 사장에게 필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팬택의 러브콜은 충분히 매력적 제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팬택의 스마트폰을 현대카드에 특화된 방향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은 모바일 카드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경쟁회사와 전혀 다른 길을 모색하며 성공신화를 이뤘다. 특히 최근 이종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업종을 완벽히 습득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팬택과 협업에서 정 사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현대카드만의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디자인 경영, 모바일 카드 시대에도 통할까


정 사장은 일단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팬택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팬택은 그동안 애플도 어렵다고 했던 ‘엔드리스 메탈’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디자인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정 사장이 강조했던 디자인 경영과 닿을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정 사장은 팬택의 지문인식 기술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문인식을 활용해 결제하면 보안성이 우수할뿐 아니라 결제가 간편해 진다. 팬택은 국내 휴대폰 제조회사 중에 처음으로 지문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해당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5S’에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플광’으로 알려진 정 사장이 팬택과 손잡은 것도 그런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모바일 금융시장에 뛰어들기 전부터 결제와 관련한 보안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다양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PC에 비해 스마트폰은 그렇지 못해 보안성이 취약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 사장에게 팬택의 지문인식 기술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7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현대카드의 결제 시스템을 놓고 한 차례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한 ‘비 액티브X’ 결제방식이 편리하다며 현대카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줄 것을 정 사장에게 요구했다. 정 사장이 평소 혁신을 추진해 온 만큼 결제 시스템에서도 혁신적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 사장은 ‘보안 안정성’을 이유로 들어 거절했다. 정 사장은 다시 그 대답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대답은 모바일 카드에서 현대카드다운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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