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이 16일부터 29일까지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이 한꺼번에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삼호중공업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지주는 인력을 더 줄일 필요가 없을 만큼 규모가 작고 현대삼호중공업은 과거 몇 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전체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진행중인 희망퇴직이 직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신청받자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대미포조선 상태가 현대중공업보다 낫다고 하지만 도크 1개 가동을 중단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현대미포조선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실적과 성장 전망이 나쁘지 않은 계열사까지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16년보다 36% 늘었고 부채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 외 계열사들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할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며 파업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흑자기조를 이어갈 정도로 현대중공업보다 재무상황이 훨씬 좋다”며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전망이 비교적 밝은데도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은 회사가 정규직 직원을 자르고 비정규직 직원을 늘려 이익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국정 제1 과제로 챙기는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을 무릎쓰며 희망퇴직을 밀어부치는 상황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다. 3월 말에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3500억 원 어치 사들이며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에 올라 경영권 승계에 시동을 걸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부사장이 역량을 키우고 나서 현대중공업 그룹의 경영을 맡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겸손하고 직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만큼 실력이나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확인해 준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데 온힘을 쏟아 붓고 있다”며 “정기선 부사장의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기 위해 회사 체질을 바꾸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