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유료호출 서비스를 내놓은 지 나흘 만에 이 서비스를 철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0일 1천 원의 이용료를 내면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고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유료호출 서비스 ‘스마트호출’을 내놨다. 이 서비스는 인적이 드문 곳이나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려는 고객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택시 기사들이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400~500점의 포인트를 받는 이 서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결국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마트호출은 애초 카카오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월 우선호출과 즉시배차 등 기능을 도입하고 2천~6천 원 사이의 서비스이용료를 받을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택시업계 등 반발에 부딪쳐 1천 원의 유료호출 서비스만을 내놨다. 그런데 이마저도 중단하면서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화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애초 유료호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주차, 차량공유(카풀)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호출 서비스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호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주차, 카풀, 일본 진출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카카오의 수익화를 이끌어 가게 됐다”며 “올해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등도 새 수익모델을 통해 카카오의 수익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모발리티의 유료호출 서비스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서 이런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올해부터 카카오를 이끌게 된 여민수 조수용 공동 대표에 떨어진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로 ‘수익화’가 꼽힌다.
카카오는 그동안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실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영업이익률이 8.4%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네이버 영업이익률 20%대 중반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게다가 대부분 수익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프렌즈 등에서 내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호출 서비스를 내놓으며 수익화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부규제, 사회적 반발에 서비스 정착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것이다.
카카오는 해외사업에서도 갈 길이 멀다. 카카오 일본법인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순손실 217억 원을 냈다. 카카오의 중국법인 베이징카카오와 카카오 싱가포르도 지난해 각각 33억 원, 448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올해 대규모 인력을 신규채용할 계획도 세워뒀다. 현재 ‘카카오 채용’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공고의 종류만 모두 130여 개로 대부분 연구개발과 서비스기획 등 직군에 몰려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점은 두 대표에게 고무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PC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를 5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다. 배틀그라운드는 PC방 점유율이 40%를 넘어서고 있어 한 달에 40억~60억 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하고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당장 수익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플랫폼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최근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세우고 올해 안에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