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용맹한 전사이면서 유능한 협상가가 될 수 있을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본분을 잊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파트너인 김 원내대표를 지목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 원내대표는 “협상 주체인 제1야당 원내대표가 어느 순간부터 정부여당에 최전방 공격수, 정쟁의 최전선으로 나서면서 모든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나기조차 어려워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의 역할은 최전방 공격수이기보다 국정을 함께 운영하는 협상의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그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여당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4월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도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국회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로 의사일정 정상화를 이끌어야 하는 김 원내대표는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논란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미 세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김 원장과 관련한 의혹을 직접 제기했다. 자연히 정부여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김 원내대표는 13일에도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을 공개하자 “문재인 정권이 김기식 구하기에 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한 민주당은 대한민국 입법부의 일원인지 제왕적 문재인 대통령의 하수인인지 명확히 하라”며 “민주당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제1야당 원내대표 정치보복 음모를 기획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여당에도 각을 세웠다.
4월 임시국회는 개헌과 추경 등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선명한 대여 투쟁노선을 걸으면서 좀처럼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제안한 개헌협의체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참여하기로 했으나 자유한국당은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투쟁 전문가로 불렀다.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 “쌈박질도 해 본 놈이 잘한다”며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 문재인 정권의 독단을 막아내는 전사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는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라고 말하면서 들개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3월22일 취임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들개라는 별명에 애정이 있다”며 “앞으로도 처절한 심정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