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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오른쪽) |
‘특허 괴물’로 불리는 록스타(Rockstar) 컨소시엄이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과 벌이던 특허침해 소송을 철회하기로 했다.
록스타 컨소시엄은 애플이 대주주로 있는 특허관리전문업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전쟁 대부분을 모두 끝내게 됐다. 이번 결정이 마지막 남은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애플,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전 마무리
록스타 컨소시엄이 보유중인 통신기술 관련 특허 4천여 건을 특허보호 전문 업체 RPX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매각 규모는 9억 달러다.
록스타는 미국 통신사 노텔의 특허권 인수를 위해 2011년 설립된 컨소시엄이다. 지분 58%를 보유한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블랙베리, 소니 등이 참여했다.
록스타는 구글을 제치고 노텔의 특허 6천여 건을 45억 달러에 인수했다. 록스타는 이 가운데 2천 건을 애플 등에 나눠줬고 이번에 남은 특허권을 RPX에 넘기게 됐다.
록스타는 특허권 매각과 함께 삼성전자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했다.
록스타는 보유한 ‘연관 검색 엔진’ 관련 특허 7개를 안드로이드 OS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구글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화웨이 등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록스타는 지난달 구글과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애플이 록스타의 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애플과 구글의 특허전이 끝난 것이다.
이에 따라 남아있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 사이의 특허소송도 합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록스타로부터 특허를 인수한 RPX는 회원사들을 특허소송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특허 클리어링하우스(patent clearinghouse)’다. RPX는 연회비를 받아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회원사들의 핵심사업과 관련된 특허기술을 매입해 특허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
◆ 삼성-애플도 ‘화해의 시대’ 맞이하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마트폰 특허 분쟁으로 수억 달러의 변호사 비용이 투입됐지만 확실한 승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합의가 특허분쟁을 가라앉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의 당사자들도 분쟁보다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존 앰스터 RPX 최고경영자(CEO)는 “평화가 찾아왔다”며 “특허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송이 아닌 라이센싱(licensing)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마크 챈들러 시스코 법무 자문위원은 “이번 합의는 전체 산업계에 건설적 거래”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RPX의 주요 회원사다.
그동안 치열하게 특허전을 벌여오던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소송을 철회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5월 구글과 애플이 두 회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특허전도 점차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8월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국에서 벌이던 소송을 모두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3년 넘게 이어진 두 회사의 특허전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미국에서 1·2차 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달 초 열린 1차 특허소송 항소심 첫날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전이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싸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처럼 삼성전자와 애플도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