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셀트리온은 독감 치료제 신약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이 신약 출시에 성공한다면 셀트리온의 기업가치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CT-P19, CT-P24, CT-P25, CT-P26, CT-P27 등 5개다.
CT-P19는 광견병 치료제이고 CT-P24는 B형간염 치료제, CT-P25는 세포 기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CT-P26은 유방암 치료제, CT-P27는 독감 치료제다.
이 가운데 독감 치료제인 CT-P27은 빠른 성과를 내고 있어 출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27 임상1상과 임상2a상(2상 전기)을 영국에서 마쳤으며 국내에서 임상2b상의 후반부를 진행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독감 치료제 CT-P27 임상2상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임상2상 데이터로도 제품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임상을 마무리하고 있어 좋은 결과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임상3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올해 안에 CT-P27 임상3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CT-P27는 대부분의 독감 바이러스에 치료 효과가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 ‘타미플루’를 대체할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헤마글루티닌(H)’ 단백질과 ‘뉴라미니다아제(N)’ 단백질을 표면에 지니고 있는데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정상세포에 붙는 데 작용을 하고 뉴라미니다아제는 바이러스가 옮기는 데 역할을 한다.
타미플루는 뉴라미니다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에 번지는 것을 막는 원리로 독감을 치료하는데 뉴라미니다아제가 계속 돌연변이를 만들기에 타미플루를 이용한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헤마글루티닌은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데 CT-P27은 이 부분을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CT-P27은 여기에 두 가지 항체를 결합했기 때문에 가장 많은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만능’ 독감 치료제로 평가되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CT-P27 출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올해 초 셀트리온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 없이 CT-P27 임상시험에 참여하자는 홍보활동을 벌여 논란이 일었을 정도다.
의약품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및 광고, 안내는 의료기관 임상시험위원회(IRB)의 심사 및 승인을 받은 시험책임자만 할 수 있고 모집 광고는 병원이나 지하철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가능한데 셀트리온 주주들이 임상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위법임에도 자발적으로 임상참여 홍보에 나선 것이다.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순위가 역전되자 셀트리온 주주들이 CT-P27 출시에 품는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신약 개발분야는 셀트리온이 차별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개발에서 격차가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다케다제약과 손잡고 급성 췌장염 치료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기에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임상 1상도 시작하지 않았다.
신약 개발이라는 모멘텀(요소)은 셀트리온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CT-P27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투여 임상을 시작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등 항암제 개발회사들의 주가는 병용투여 임상 기대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는데 셀트리온 역시 이런 움직임을 보이기를 바라는 셀트리온 주주들이 많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2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 “CT-P27 조기 상업화를 위해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